아베 거짓 밝힐 스모킹건? “수의대 신설 논의” 문서 나와

입력 2018-05-23 05:00
일본 에히메현이 21일 국회에 제출한 문서. 붉은색 줄을 친 부분에 아베 신조 총리가 가케학원 이사장에게 '새로운 수의대학 (신설) 생각은 좋다'고 발언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일본NNN 캡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사학스캔들 중 하나인 가케(加計)학원 수의학부 신설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거짓말을 해왔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공개됐다. 그동안 비서관이나 공무원의 손타쿠(忖度·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행동함)일 뿐 자신은 스캔들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온 아베 총리에게 치명타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케학원이 위치한 지자체 에히메(愛媛)현은 2015년 2월 가케학원의 가케 고타로 이사장이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수의학부 구상을 설명했다는 내용이 담긴 27쪽 분량의 내부 문서를 21일 오후 국회에 제출했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가케학원의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처음 안 것은 가케학원이 국가전략특구 사업자로 선정된 지난해 1월이었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에히메현의 문서에는 심지어 아베 총리가 가케 이사장에게 “그런 새로운 수의대학 (신설) 생각은 좋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문서 내용이 맞는다면 아베 총리가 이미 오래전에 친구인 가케 이사장의 수의학부 신설 계획을 알고 있었는데도 그동안 국회에서 거짓말을 해왔다는 얘기가 된다.

문서는 에히메현이 가케학원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야나세 다다오 전 총리 정무담당 비서관이 2015년 총리관저에서 가케학원 관계자들을 만날 때 현의 실무자들이 동행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국회 참의원 예산위원회의 관련 문서 공개 요구에 응해 제출된 것이다. 스캔들이 불거진 후 처음에는 면담 자체를 부인하던 야나세는 최근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면담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야나세는 아베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이 없다며 감쌌다.

하지만 이번 문서에는 2015년 2월 25일 가케학원 이사장과 아베 총리가 15분간 면담했으며 이사장이 설치될 수의학부에서 국제적 수준의 수의학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한 내용이 아주 구체적으로 기술돼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같은 해 3월에는 가케학원 이사장과 아베 총리의 면담에 따라 야나세로부터 자료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문서 공개 직후 침묵을 지켰던 아베 총리는 22일 오전 문서의 내용을 부인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문서에 나온 날짜에 가케 이사장과 만난 적이 없다. 혹시 몰라 총리관저의 기록을 살펴봤어도 (면담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총리관저 출입기록은 신속히 폐기되는 것이라 조사해도 확인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서는 총리실이 출입기록을 왜 그렇게 빨리 폐기했느냐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가케학원 측은 “2015년 2월에 이사장이 아베 총리를 만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야나세도 “총리로부터 가케학원과 관련해 지시를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공동대표는 “총리의 답변이 거짓이라면 내각이 총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고이케 아키라 공산당 서기국장도 “총리 거취에 대한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