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기내식 업체서 고가 외국가구·그림이 왜?

입력 2018-05-23 05:05 수정 2018-05-23 23:08

압수물품 규모만 2.5t 분량 180만원 넘는 ‘리솜’ 책상 일련번호 붙여 수십개 추정
다른 상자엔 ‘그림’ 표시… 조현아 지칭한 ‘DDA’ 총수일가 뜻 ‘KIP’박스 주목
조만간 조 회장 일가 소환 착수


관세청이 대한항공 협력업체에서 압수한 물품 중에 고가의 외국산 가구, 그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물품들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밀수품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압수물 분석작업에 들어간 관세청은 이르면 이달 안에 조 회장 일가 소환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22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관세청 인천세관본부 조사관들이 압수수색한 대한항공 협력업체는 기내식을 납품하는 업체다. 이 업체에서 압수한 물품은 2.5t 분량에 이른다. 하지만 인천세관본부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노출된 압수물의 상자 겉면을 보면 기내식과 무관한 물품이 대부분이었다.

‘입고일자 2013.02.06, 일련번호 43’이라고 적혀 있는 상자의 내용물은 고가의 외국산 책상으로 추정된다. 이 상자에는 책상 형태의 사진과 함께 ‘RISOM DESK’라는 제품명이 쓰여 있었다. 이 책상은 덴마크계 미국인으로 유명 가구 디자이너인 젠스 리솜(Jens Risom)의 작품으로 보인다. 리솜이 만든 책상은 해외 쇼핑몰에서 1700달러(약 184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다. 이 상자에 붙은 스티커는 대한항공이 운송하는 화물에 붙이는 것이었다. 일련번호로 적힌 숫자 ‘43’은 최소한 42개의 물품이 더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한항공 화물 스티커가 붙은 다른 압수물 상자에서는 ‘CHAIR & ROCKER’(의자 & 흔들의자)라는 표시가 발견됐다. 손 글씨로 ‘크리스마스 용품’ ‘추수감사절 용품’이라고 적힌 상자도 보였다.

한 상자에는 ‘그림’이라는 단어도 적혀 있었다. 조 회장은 평창동 자택의 일부를 ‘기타 전시장’ 용도로 건축허가를 받았는데도, 최근 자택 압수수색에서 명화로 보이는 작품이 한 점도 나오지 않았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이 상자에 담긴 게 고가의 미술품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관세청은 압수한 일부 상자의 겉면에 ‘KIP’ ‘DDA’라는 표식이 있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이 표식은 일종의 코드로 ‘KIP(Korean Air VIP)’는 총수일가, ‘DDA’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칭한다. ‘DDA’ 코드는 ‘RISOM DESK’라고 적힌 박스에 찍혀 있었다. 압수물품에 이런 코드가 적혀 있는 것은 조 회장 일가의 밀수 과정을 폭로한 대한항공 전·현직 직원들의 증언과 일치한다.

관세청은 2.5t 분량의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소환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