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관리비 등 체납 확인 못해 위기가구 발굴서 누락 위험
충북, 발굴 범위 확대 위한 법령 개정 정부에 건의키로
지난달 발생한 ‘증평 모녀 사건’을 계기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위기 가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동주택은 일반주택과 달리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으로 관리비·전기요금 등 체납 사실을 확인할 수 없어 복지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권 밖에 있는데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체납 등 위기 상황을 확인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는 4년 전 생활고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송파 세 모녀 사건’ 발생 이후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자를 조사하기 위해 2개월에 한 번씩 단전·단수, 국민건강보험료(월 5만원 이하) 체납 등을 확인해 각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하고 있다.
하지만 임대아파트에 살았던 증평 모녀는 이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동주택이어서 단전·단수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월 7만∼8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증평 모녀는 관리비가 연체되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관리사무소의 신고로 숨진 지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충북도는 이에 따라 정부에 위기가구 발굴범위 및 자료 연계 확대를 위한 법령 개정을 건의키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도는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 정한 지원대상자 발견 시 신고의무자 범주에 공동주택 관리사무소장을 포함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 건의를 준비하고 있다. 도는 법령 개정이 이뤄지면 공동주택 관리비 체납가구 실태조사를 더 꼼꼼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이와 함께 최근 한 달 동안 도내 공동주택 32만6372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위험 위기가구 실태조사에서 83가구의 위기 가구를 확인했다. 이번에 실태조사에 나서지 않았으면 83가구의 위기 가구가 그대로 위험에 노출될 뻔 했다. 도는 이들 고위험 위기 가구에 기초생활보장과 긴급복지 지원, 민간후원금 연계, 협의체 긴급구호비 신청 등의 조처를 취했다.
서울 강남구도 증평 모녀 사건을 계기로 부채 등 금융문제로 갑작스럽게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한 가구를 찾아내 맞춤형 복지서비스를 제공키로 했다. 5∼6월 관리비 및 공과금·건강보험료·지방세를 체납한 가구와 우편물 장기 방치가구, 지하세대 거주자 등을 대상으로 경제 위기 가구를 조사한다. 강남구는 관내 아파트 관리사무소 244곳에 협조공문을 발송해 체납가구를 파악하고 복지서비스 지원제도를 안내할 예정이다. 충북도 관계자는 “일반주택은 수도·전기요금을 체납하면 바로 확인이 되지만 공동주택은 관리비에 포함돼 체납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기존의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으로 걸러지지 않는 고위험 위기 가구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청주=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
‘증평모녀’가 알려준 공동주택 복지사각… 법 개정 시급
입력 2018-05-23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