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고양이에 공짜 수술… 동물병원 돈벌이 된 중성화 사업

입력 2018-05-22 05:02

일부 병원들, 애완용 고양이 수술한 뒤 길고양이로 속여
10만∼15만원씩 지원 받아… 서류 조작 의혹도 관리 부실
警, 수천만원 챙긴 병원 수사


김모(40·부산)씨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 중성화 수술 정보를 온라인에서 찾다가 “공짜 수술을 해주는 곳이 있다”는 글을 발견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길고양이 중성화 수술 사업을 하는 부산의 A동물병원에 가면 집고양이도 무료로 수술을 받을 수 있다는 정보였다. 김씨의 지인도 그곳에서 기르던 고양이의 중성화 수술을 무료로 시켰다고 했다.

길고양이를 줄이기 위한 중성화 사업에 꼼수가 판치고 있다. 중성화 사업은 체중 2㎏ 이상의 길고양이를 포획(Trap)해 불임수술(Neuter)을 시키고 방사(Return)하는 3단계로 진행된다. 앞 글자를 따 TNR 사업이라 불린다. 서울에만 13만 마리가 넘는 길고양이들의 번식력을 낮춰 개체수를 줄이고 번식기 울음소리나 영역 다툼도 없애는 사업이다. 올해 전국 지자체 예산 40억원이 TNR에 쓰인다. TNR 지정 병원에서 직접 길고양이를 잡을 때마다 3만∼4만원, 수술을 하면 10만∼15만원씩 지원한다.

충북 청주 B동물병원은 지난해 지자체에 중성화 수술비 7000만원을 청구하면서 증거자료로 동일한 고양이의 사진을 반복 사용했다. 수술 장면과 방사 장면 사진에 나오는 고양이의 털색깔이 다른데도 같은 고양이라고 우겼다. 실제 수술은 하지 않고 왼쪽 귀 끝만 자른 뒤 방사하기도 했다. 왼쪽 귀를 자른 고양이는 중성화 수술을 받았다는 표시다. 이 병원이 청구한 수술비는 전액 정상적으로 지급됐다.

A병원의 경우 시민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A병원의 경우 부산 연제구청과 TNR 수의 계약을 맺고 2016년 2000만원, 지난해와 올해 각각 2300만원을 지원받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병원이 제출한 TNR 증거사진을 보면 어깨 줄을 장착한 고양이들도 꽤 있어 실제 길고양이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관리감독은 구청에서 해야 한다”며 책임을 미뤘다. TNR 예산은 광역자치단체에서 책정하고 지원하지만 실제 계약은 구청 같은 기초자치단체에서 진행한다. 구청에선 일선 직원 1∼2명이 다른 업무와 함께 길고양이 중성화 사업을 담당하고 있어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다.

동물인권단체 케어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경기도 양평 C동물병원의 4년 전 TNR 관리 대장을 확보, 고양이들의 포획과 방사 당시의 사진이 같은 날 촬영된 것과 방사일이 일괄적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했다. 케어는 양평군에 문제제기를 했고 뒤늦게 감사를 벌인 양평군은 C동물병원과 계약을 해지했다.

케어의 이소연 팀장은 “많은 지자체가 포획부터 방사까지 모두 동물병원이나 지역 수의사회에 전적으로 위탁하고 있다”며 “문제가 생기면 계약을 해지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얌체족들도 문제다. 온라인의 커뮤니티에서는 ‘길냥이처럼 보이려면 며칠간 씻기지 말고 발 주변에 흙을 고루 묻혀라’는 식의 구체적인 설명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김현지 정책팀장은 “현재 서울시만 유일하게 길고양이의 포획과 수술 장면을 담은 사진, 성별과 몸무게, 방사 장소 등의 정보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개하고 있다”며 “투명한 관리 체계와 불법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기준이 모든 지자체에 적용되기 전까지 TNR 사업 확대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사야 방극렬 기자 Isaiah@kmib.co.kr

삽화=전진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