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구본무 회장 장지 ‘함구’… 가족장에도 조문행렬

입력 2018-05-21 22:03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 빈소에 21일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뉴시스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장례 이튿날인 21일은 전날보다 많은 정·관계, 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쇄도했다. SNS와 LG그룹 사내게시판 등 온라인에서도 추모가 줄을 이었다. 유가족들은 22일 오전 발인을 엄수하고 고인을 화장하기로 했다.

유가족은 비공개 가족장을 원칙으로 삼았지만 이날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각계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재계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등이 조문했다.

정·관계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유가족을 위로했다. 반 전 총장은 “2004년 청와대 외교보좌관 시절 비행기를 탔는데 우연히 구 회장이 옆자리에 앉았다”며 “내 자리에 조명등이 들어오지 않자 구 회장이 ‘나는 자료를 안 봐도 되지만 보좌관은 자료를 봐야 한다’며 자리를 바꿔 줘 인상 깊었다”고 회상했다.

그룹 후계자인 구광모 LG전자 상무를 도와 4세 경영체제를 이끌 부회장단도 조문했다. 조성진(LG전자) 한상범(LG디스플레이) 차석용(LG생활건강) 권영수(LG유플러스) 박진수(LG화학) 부회장이 1시간30분 넘게 빈소에 머물며 구 상무를 위로했다. 하현회 ㈜LG 부회장은 전날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자신의 SNS에 기자시절 만난 구 회장의 소탈한 모습을 소개하며 고인을 추모했다. 이 총리는 “구 회장은 중간 값의 술을 즐겼다”며 “너무 싼 술을 마시면 위선 같고 너무 비싼 술을 마시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라고 썼다.

유족들은 ‘조용한 장례식’을 원했던 고인의 유지에 따라 장지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장례 방식은 주검을 화장한 뒤 유해를 나무뿌리에 묻는 수목장으로 가닥이 잡혔다. 구 회장은 생전 경기도 광주시에 ‘화담숲’을 조성하는 등 숲을 가꾸는 데 정성을 쏟았다. LG 관계자는 “장지를 공개하면 참배하러 오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공개가 어렵다”며 “‘여러 사람을 번거롭게 만들지 말라’고 했던 고인의 뜻을 존중해 달라”고 말했다.

발인은 22일 오전 8시30분 장례식장 1층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애초 유가족은 발인을 비공개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고인을 향한 외부 관심을 고려해 일부 과정은 공개하기로 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