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수장이 21일 양사의 분할·합병안 철회와 관련해 “주주들과 시장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듣고 살피겠다”고 입을 모았다.
임영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와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는 이날 임시이사회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안 철회를 발표한 뒤 각각 ‘주주님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두 대표는 “어떠한 구조개편 방안도 주주들과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주주 및 시장 의견을 더 살피겠다고 했다.
두 대표는 분할·합병을 추진한 배경과 관련해 “현대모비스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등 미래기술을 선도하는 자동차 핵심부품 원천기술 회사로, 현대글로비스는 조립·물류·AS 등 완성차 공급체인과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구조 개편이 전문성 강화를 통한 경쟁력과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생각했다”면서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28일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그룹사와 대주주 간 지분 매입·매각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분할·합병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다.
현대모비스가 미래자동차기술의 방향성을 잡으면 현대·기아차와 현대글로비스 등이 개별 사업부문을 관리하는 청사진을 제시했었다.
두 대표는 다만 “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다양한 비판적 견해와 고언을 주셨고, 저희 소통도 많이 부족했음을 절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당사는 글로벌 사업경쟁력 및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주주와 시장의 충분한 신뢰와 성원을 받을 수 있도록 거듭나기 위해 더욱 적극적이고 겸허한 자세로 주주·시장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분할·합병 방안을 보완·개선하기 위해 현재 체결한 계약을 일단 해제한 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두 대표의 입장문은 시장의 불신과 비판에 대해 좀 더 숙고해 더 나은 개편안을 다시 선보이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읽힌다. 그간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현대모비스가 현대글로비스 대신 현대차와 합병해야 한다며 반대표 규합에 앞장서 왔다.
현대차그룹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정책을 통해 시비를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주총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정면돌파를 감행하진 못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잇따라 개편안 반대에 손을 들어주면서 결국 ‘일보 후퇴’를 택한 만큼 향후 이들을 포함해 주주들과 시장 전반을 납득시킬 만한 발전된 개편방안 및 추가 친화정책 모색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
임영득 모비스 대표·김정훈 글로비스 대표 “주주들과 시장의 의견 더 적극적으로 듣겠다”
입력 2018-05-21 21: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