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기자단 ‘풍계리行’ 불투명… 北, 방북 예정 전날까지 명단 접수 거부

입력 2018-05-21 21:47 수정 2018-05-21 23:23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남측 취재진이 21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 입국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북한은 이날도 남측 취재진 명단 접수를 거부했다. 남측 취재진은 22일 베이징에서 항공편으로 북한에 들어가야 하지만 북한의 거부로 방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베이징=사진공동취재단

핵실험장 폐기 취재 무산 가능성… 우리 취재진 일단 베이징으로
北, 美·中·英·러엔 비자 발급
6·15 공동행사 개최도 불투명… 北, 우리 측에 초청장 안 보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가 결국 남측을 제외하고 외국 언론만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장을 남측 언론에 공개하겠다던 북한은 예정된 방북일 전날인 21일까지도 우리 취재진 명단을 받지 않았다. 베이징 주재 북한대사관이 태도를 바꿔 우리 취재진에 방북 비자를 발급하지 않는 한 남측 언론의 핵실험장 폐기 취재는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취재진은 북한 당국의 반응과 관계없이 이날 오후 집결지인 중국 베이징으로 이동했다. 남측 취재진은 이날 베이징에 도착한 뒤 계속 대기했다.

통일부는 앞서 오전 9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 개시와 함께 핵실험장 폐기 현장을 취재할 우리 기자들의 명단을 북측에 통보하려고 했다. 하지만 북측은 상부에서 지침이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접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은 판문점 채널 마감시간인 오후 4시까지도 명단을 북측에 보내지 못했다.

북한은 ABC·CNN방송, AP통신을 비롯한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 매체 소속 기자들에게는 비자를 발급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은 베이징에서 강원도 원산 갈마비행장으로 가는 전용기를 22일 오전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외국 취재진 방북 당일인 22일에도 판문점 채널을 정상 운영하며 명단 전달을 시도할 방침이다. 우리 측은 지난 18일에도 판문점 채널을 통해 취재진 명단을 전달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방북을 위해서는 주중 북한대사관이 발급한 비자가 필요하지만 북한 당국이 우리 취재진을 받아들일지는 불투명하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2일 핵실험장 폐기 계획을 밝히며 남측을 포함한 5개국 취재진을 위해 베이징과 원산을 오가는 전용기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핵실험장 폐기는 기상 조건을 고려해 23∼25일 사이 진행된다. 북한 당국이 당초 약속과 달리 전문가를 제외하고 기자들에게만 현장을 공개해 핵실험장 폐기 절차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들어 북한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을 비난하고 탈북 여종업원 송환을 요구하는 등 남북 관계를 냉각시켰지만 풍계리 핵실험장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우리 취재진의 풍계리 방문을 거절하겠다는 명시적 의사를 밝힌 적도 없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우리 기자들 명단을 받지 않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와 우리 언론의 핵실험장 취재가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판문점 선언 합의사항인 6·15 남북 공동행사 개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23∼26일 방북해 평양에서 열리는 6·15 남북·해외위원장회의에 참석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 초대장이 없으면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받을 수 없어 남측위의 평양 방문은 사실상 무산됐다. 남측위는 “6·15 남북·해외위원장회의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