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검찰의 불기소 지휘에 불복해 내연녀의 딸을 성폭행한 혐의가 있는 남성을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봤지만 경찰은 피해자의 일관적인 진술에 힘을 실어줬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60대 남성 A씨를 기소의견으로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07년부터 수년간 내연녀의 딸 B씨를 성폭행·성추행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2007년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B씨가 지난해 12월 A씨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지난 8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B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지고 물증이 없어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 불기소 의견 송치를 요구했다. B씨는 미성년자일 때부터 성폭행을 당해왔다고 진술한 반면 A씨는 B씨가 성인이 된 후 합의하에 이뤄진 성관계라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로 진술이 달라서 따져봐야 할 부분이 많았다”며 “공소시효와 고소 시점 등의 측면에서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도 증거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경찰 조사를 진행하는 내내 B씨의 진술이 일관적이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B씨가 미성년자일 때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사건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우리는 피해자와 대면 조사를 하면서 가까이서 지켜봤고, 검찰은 이 사건을 서류로만 접하다 보니 의견 차이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우린 피해자 대면… 검찰, 서류만 봐” 경찰 “기소의견” 송치… 檢에 반기
입력 2018-05-21 22: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