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일본 문부과학성을 퇴직한 마에카와 기헤이(63·사진) 전 사무차관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눈엣가시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사학스캔들 중 하나인 가케(加計)학원 문제를 폭로해 아베 총리를 곤경에 빠뜨렸던 마에카와 전 차관은 이번에는 아베 정권의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배제 관련 재판에서 핵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은 민주당 정권 때인 2010년 고교 무상화 제도를 도입했으나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인 조선학교는 그동안 혜택을 받지 못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때문에 친북 성향의 조선학교를 무상화 지원 대상에 넣을지 여부가 보류되다 자민당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2013년) 지원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아베 정부는 “조총련의 영향으로 무상화 지원금이 수업료로 쓰이지 않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후 5개 지역의 조선학교가 “정치적 이유로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이라며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현재까지 조선학교는 오사카지방법원 1심에서만 이겼고 히로시마와 도쿄, 나고야지법에선 패소했다. 1심 판결은 후쿠오카지법 고쿠라지부만 남았다. 1심에 패소한 학교 측은 항소한 상태다.
21일 산케이신문은 항소심의 최대 관건이 마에카와의 등판 여부라고 보도했다. 관련 사안을 직접 담당했던 전직 고위관료의 증언은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에카와는 지난해 말 고쿠라지부에 조선학교 구제를 요청하는 진술서를 제출했다. 그는 진술서에 “조선학교가 무상화 지원 대상이 되는 것은 문부과학성 내에서 당연하다고 여겼다. 정권교체에 따라 조선학교가 배제된 것은 부끄럽고 창피하다”고 적었다.
퇴직 고위관료가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에 반기를 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조선학교는 마에카와의 증인심문을 신청했으나 최근 고쿠라지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 결정에 문부과학성이 크게 안도했다고 산케이는 전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도쿄와 히로시마지법 항소심에 마에카와의 증인심문을 신청했고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다. 가케학원 스캔들 폭로로 이슈메이커가 된 마에카와가 증인으로 나선다면 재판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부과학성은 지난 2월 마에카와가 강연한 지방 중학교에 강연 녹음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그만큼 마에카와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2016년부터 조선학교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라고 지방자치단체에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조선학교는 무상화 지원금을 못 받는 데다 지자체의 보조금도 끊겨 재정난이 심각하다. 이에 학교 통폐합과 폐교, 학생 수 감소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08년 이후 10년간 학교 수가 77개에서 66개로 줄었고, 학생 수는 8800명에서 5800여명으로 감소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아베 킬러’ 마에카와 전 차관, ‘조선학교 재판’서도 태풍의 눈
입력 2018-05-2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