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두 번째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가 청년실업 해소와 거제 군산 등 고용위기지역 지원 명목으로 지난달 6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46일 만이다. 규모는 3조8100억원에 이른다. 이번 추경은 처음부터 끝까지 논란과 잡음의 연속이었다. 정부는 별 고민없이 추경을 편성했고, 국회는 겉핥기 심사로 본연의 역할을 내팽개쳤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당초부터 이번 추경은 법률로 정한 추경 편성 요건에 부합하는지 논란이 컸다. 현행 국가재정법(제89조)은 추경안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정부는 최근 3개월간 취업자 증가 폭이 10만명대로 작년 평균의 3분의 1 수준이며 실제 청년실업은 23.5%에 달한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청년실업의 경우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보다 원천적인 해법 없이 아르바이트비나 교통비 등으로 세금을 뿌리는 게 얼마나 지속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여야의 당리당략에 따른 ‘정치일정’에 밀려 국회의 예산안 심사도 졸속으로 이뤄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드루킹 특검법’을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자유한국당의 요구를 반영해 ‘특검-추경 18일 동시 처리’를 약속하면서 심사는 사흘 정도에 불과했다. 추경 관련 10개 상임위 중 절반은 추경안을 상정조차 못 하고 원안 그대로 예산결산위원회에 넘겼다.
한 의원은 “번갯불에 콩 튀겨 먹듯 추경이 심사됐다”고 했다. 국회 스스로 본연의 기능인 예산심의권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임위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서 예결위 안에서의 ‘나눠먹기’ 논란도 제기됐다. 당초 목적인 청년실업 관련 예산이 주는 대신 주로 경남과 전남 지역 의원들의 지역구 건설공사비나 보상비 등이 새로 들어갔다. 이미 지난해 7월 11조300억원의 일자리 추경에 이어 올해 본예산에도 전년보다 12.6% 늘어난 19조원의 일자리 자금이 책정됐었다. 정부에겐 편의적 실적 방어용, 의원들에겐 견제장치 없는 지역구 선심 사업 수단이 추경예산인가.
[사설] 목적 논란·졸속 심사… 이런 추경 더는 안 된다
입력 2018-05-2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