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배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이 지난해 대선 전 ‘드루킹’ 김동원씨를 네 차례 만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로부터 두 차례 사례비를 받은 사실도 불거졌다.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드루킹을 소개해 준 이도 송 비서관이었다. 앞서 백원우 민정비서관은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했던 인물을 만난 바 있다. 드루킹 게이트가 김 전 의원을 넘어 청와대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양새다. “우리도 피해자”라는 청와대의 기존 해명이 무색해질 수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여서 파장이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21일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국민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근데 사건의 파괴력과 관련 인사들의 무게를 볼 때 문 대통령이 그동안 보고도 받지 않고 몰랐다는 게 납득하기 쉽지 않다. 지난달 중순 송 비서관 관련 내용을 인지한 청와대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뒤늦게 공개한 점도 석연치 않다. 사례비가 크지 않아 조사를 종결했다는 해명을 공감하기 어렵다. 네 차례나 만났는데 일반적인 현안 방담만 나눴다는 말을 어느 국민이 믿겠는가. 드루킹이 댓글 조작에 열을 올리던 시점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청와대가 뭔가 감추기에 급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여곡절 끝에 드루킹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중요 정치 사안에 대한 여론을 왜곡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었다는 점이다. 방식과 규모를 보면 국정원 댓글 사건 못지않은 중대 범죄다. 성역 없는 수사로 여론 조작도 모자라 이를 은폐하려 했던 범죄자들을 모두 엄벌해야 하는 이유다. 윗선까지 샅샅이 찾아내 인터넷 여론 조작의 뿌리를 잘라내는 계기가 돼야 하는 것이다. 당장 청와대 인사들의 개입 여부와 정도를 규명해야 한다. 주장 단계이긴 하지만 김 전 의원이 드루킹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파헤쳐야 한다. 사실이라면 불법 행위에 뒷돈을 댄 셈이어서 법률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다. 관련자들을 대질 조사하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살아 있는 권력이라도 혐의가 있다면 과감히 수사의 칼끝을 겨눠야 하는 게 특검의 책무다.
경찰과 검찰의 부실 수사도 반드시 수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심지어 경찰청장은 이날 송 비서관과 드루킹의 접촉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4개월이나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몰랐다면 부실 수사를 넘어 능력 부족을 자인하는 꼴이다. 검찰의 축소 수사 의혹과 책임 떠넘기기 행태도 간과해선 안 된다. 특검이 출범하면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등 증거물 확보와 현장 보존에 먼저 착수해야 한다. 다시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기관이 없도록 가감 없는 단죄가 이뤄지길 바란다.
[사설] 김경수 이어 송인배까지… 청와대로 번진 드루킹 게이트
입력 2018-05-22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