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두 “침체국면 초기 진입” 김동연 “성급한 판단” 반박
지표상으론 둔화세 뚜렷해 민간선 ‘우려할 수준’ 진단… 정부측은 ‘회복 국면’ 강변
‘제이노믹스 1년’ 평가 등 걸려 논란 쉽게 결론나긴 힘들 듯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간 설전으로 촉발된 경기침체 진입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민간영역에서 지표가 ‘경기침체 우려 수준’이라고 진단하면 정부가 회복국면이 지속되고 있다며 반박하는 모양새다. 소득주도 성장으로 대변되는 ‘제이노믹스’ 1년에 대한 평가와 향후 경제정책방향 설정 문제가 걸린 만큼 논란은 쉽사리 결론나기 힘들 전망이다.
논란은 경기지표들을 둘러싼 해석차에서 비롯됐다. 김 부의장이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여러 지표로 볼 때 경기는 침체국면의 초입단계에 있다”고 진단했다. 사흘 후 김 부총리가 “지금 경제상황을 월별 통계로 판단하는 건 성급하다”고 맞불을 놨고, 김 부의장이 “현상과 구조를 동시에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재반박했다.
최근 지표만 보면 김 부의장의 진단은 일리가 있다. 지난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를 기록했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1분기 2.8%로 감소했다. 제조업을 비롯한 전산업생산지수 역시 2∼3월 감소세로 전환됐고, 향후 경기를 예상해 볼 수 있는 설비투자 역시 3월 0.2% 줄었다. 지난해 3.1% 경제성장률을 견인했던 수출도 4월 마이너스 성장했다.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는 지난 19일 한 매체 기고글에서 “도대체 어느 정도로 경제가 더 악화돼야 정책 당국은 경기침체를 인정할 것인가”라며 김 부의장의 진단에 힘을 실었다.
반면 정부의 판단은 다르다. 최근 지표악화는 지난해 유달리 좋았던 지표 때문에 나타나는 착시효과라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20일 “경제지표들이 장기적 추세의 평균선을 상회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소비부문이 2월과 3월 각각 6.6%, 7.0% 증가한 점 등을 들어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고용지표 역시 인구구조 변화와 기저효과 영향으로 판단한다. 반장식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지난해 상반기 취업자 수가 36만명으로 높게 나타나 올해 상반기 통계를 낮은 것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반박에도 향후 경기흐름을 예측해 선제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기업부담 증가 등 해결해야 할 경제적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의 경기 오판은 자칫 돌이킬 수 없는 정책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경기판단 과정에서 혼란스러운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최근경제동향(그린북) 5월호를 내며 애초 없었던 ‘전반적으로 회복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라는 문구를 뒤늦게 추가했었다.
김 부의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은 단순히 경기판단에 대한 문제가 아니다”며 “수출주력 산업인 반도체업계 불황이 닥치거나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되는 시점 등에 대비해 한국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느냐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박세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경기침체 진입’ 金·金 설전… 정부 VS 민간 구도로 확산
입력 2018-05-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