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피해자면 신고반려 집행유예, 남자가 피해자면 적극수사 강력처벌!”
19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를 가득 채운 여성 1만2000명(경찰추산 1만명)은 이 같은 구호를 외쳤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카페 회원들이 개최한 시위였다. 이날 집회는 여성단체가 국내에서 개최한 집회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의 피해자가 남성이기 때문에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벌였다며 분노했다. 경찰은 지난 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남성 누드모델의 알몸 사진이 올라오자 즉각 수사에 착수했고 피의자인 여성 동료 모델 안모씨를 붙잡아 구속했다.
발언대에 선 운영진은 “불법촬영 등 성범죄에 대한 경찰과 검찰, 사법부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고 성별을 이유로 사회 전반에서 자행되는 차별을 규탄하기 위해 모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빨간 옷을 입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다. “남자만 국민이냐 여자도 국민이다” “동일범죄 저질러도 남자만 무죄판결”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한 참가자는 발언대에서 그동안 불법촬영을 한 남성 범죄자들에게 선처가 이어졌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사례를 줄줄이 읽어 내려갔다. 그는 “여성을 상습 성추행하고 몰카를 찍은 20대 남성도, 소개팅녀의 알몸 사진을 친구에게 유포한 남성 의사도 집행유예”라며 “노출이 심한 여성을 몰래 찍는 것은 처벌 대상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예상인원(500명)의 20배가 넘는 참가자가 몰리자 경찰은 인도로 한정했던 통제구간을 이화사거리에서 혜화동로터리 방향 4차선까지 확대했다. 참가자 중 일부는 휴대폰 카메라로 자신들을 찍는 남성이 보일 때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찍지마”라고 외쳤다.
참가자들은 불법촬영 피해 방지 대책 마련과 남녀 범죄자에 대한 동일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성명을 낭독하고 시위를 마무리했다. 오는 26일에는 다른 온라인 모임이 주최하는 ‘검경 성차별수사 규탄시위’가 서울 시내 곳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몰카 편파수사” 외친 여성 1만명, 왜 이토록 화났을까
입력 2018-05-2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