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을 23년간 이끌어온 구본무 회장이 20일 73세로 별세했다. 구 회장은 LG가(家)의 전통인 인화 경영에 더해 정도 경영으로 다른 기업들에 모범이 된 것은 물론 LG를 세계적 회사로 키워내 한국 경제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한국 경제계의 어른이자 큰 별이 진 것을 고개 숙여 애도한다.
LG 창업주인 고(故) 구인회 회장의 손자이자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 회장은 1995년 2월 50세에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그는 외환위기 등의 파고를 넘어 전자·화학·통신 3개 핵심 사업군을 중심으로 LG를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 그가 취임하기 전인 1994년 30조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지난해 160조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신의 있고 정직한 경영인으로서 구 회장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것은 지주회사 전환이다. 대다수 기업 오너들이 적은 지분으로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을 지배하는 것과 달리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5년 창업 동지인 허씨 일가와 57년 만에 GS와 LG그룹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한 것도 신선했다. 형제 간이나 사촌 간 경영권 분쟁이나 오너 일가의 전근대적 갑질 횡포로 사회적 지탄을 받는 기업들과 LG가 뚜렷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창업주 때부터 인화 경영을 사시로 내세운 LG는 단 한 차례의 불협화음 없이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경영 승계를 하며 국민들한테 사랑받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구 회장의 부재는 LG에 커다란 숙제를 남긴다. 동생의 아들로 2004년 양자로 입양된 40세의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경영권을 넘겨받아 4세 경영체제로 들어섰다. LG는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단을 중심으로 계열사별 경영을 강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룹의 신성장사업 결정 등에서 오너의 역할이 막중하다. 3, 4세 경영체제로 넘어오면서 오너의 경영 능력에 따라 기업의 부침이 심하다. 더구나 문재인정부에서 대기업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 잇따른 친노동 정책에 보조를 맞추면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새로운 경영 환경에 직면해 있다. 재계 4위의 LG가 구 회장의 경영 이념을 이어받아 4세 경영체제로 연착륙하면서 한 단계 도약하기를 바란다.
[사설] 정도 경영 실천한 구본무 LG 회장… 4세 체제 안착하길
입력 2018-05-21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