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식 비핵화 모델 공유하는 한·미 정상회담이어야

입력 2018-05-21 05:01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20일 전화 통화했다. 곧 만날 두 정상이 굳이 통화했다는 것은 북한의 어깃장에도 한·미 공조는 흔들림 없다는 신호를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선언적 의미가 강하다.

두 정상은 통화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던 남·북·미 대화국면에 브레이크를 밟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복귀시킬 다양한 방안들을 논의했을 개연성이 크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두 정상은 20분간 가진 통화에서 다음 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곧 있을 한·미 정상회담을 포함해 향후 흔들림 없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두 정상의 궁극적 목표가 북·미 정상회담 성공에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의 반발이 시나브로 도를 더해가고 있어 두 정상의 바람대로 흐름이 전개될지 매우 불확실하다는 점이 걸린다. 북한은 현재 진행 중인 맥스선더 한·미 연합훈련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판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비난에 그치지 않고 기획 탈북 논란에 휩싸인 류경식당 여종업원 송환까지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풀어야 할 숙제가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 문 대통령의 미국행 발걸음이 더욱 무겁게 됐다. 특히 여종업원 송환 문제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직결돼 있어 휘발성이 작지 않다.

북한의 속내는 뻔하다.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요구조건을 하나라도 더 내걸어 보다 많은 양보를 얻어내려는 전략이다. 북한의 이 같은 전술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 단적인 예가 트럼프로부터 끌어낸 ‘북 비핵화, 리비아식 모델은 아니다’는 공개 약속이다.

리비아와 상황이 전혀 다른 북한에 리비아 모델을 적용하려는 시도는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낮았다. 북한에는 북한에 맞는 모델을 적용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인식은 한반도 비핵화의 적확한 진단이다. 이렇게 되기까지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의 광범위한 물밑 노력이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새로운 비핵화 모델을 두 정상이 공유하는 무대라야 한다. 두 정상 사이에 사소한 이견이라도 노출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도, 한반도 비핵화도 담보하기 어렵다.

한·미 양국은 물론 북한도 만족할 수준의 비핵화 해법을 찾는 게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과제다. 북한의 일방적인 양보만 강요해서는 파투나기 십상이다. 그에 상응하는 미국의 전폭적인 경제 지원과 체제 보장 약속이 뒷받침돼야 북에 신뢰를 준다.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의 지혜를 전수한다면 남·북·미 모두 수긍하는 비핵화 모델 도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