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온 정통 발레의 진수냐, 스코틀랜드가 낳은 현대적 상상력의 재미냐.
해외 발레단 2곳이 이달 말 한국을 찾아 색다른 맛으로 대결을 펼친다. 242년 전통의 러시아 최고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28∼29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와 59년 역사의 신생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의 ‘헨젤과 그레텔’(23∼27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이 그것이다.
볼쇼이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 공연은 2004년에도 있었지만 이번엔 볼쇼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내한했다는 점에서 특별나다. 발레단과 오케스트라의 합동 내한은 23년 만이다. 볼쇼이 극장에서 직접 춤의 향연을 보는 것과 같은 시각적·청각적 감동을 제공한다.
백조의 호수는 볼쇼이 극장의 고전적 레퍼토리다. 이 극장의 관리인 베기체프가 쓴 발레 대본에 차이콥스키가 작곡을 해 1877년 초연했다. 이번 내한에선 볼쇼이 발레단의 중흥을 이끈 수석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1968년 재구성한 버전을 선보인다. 오데트 공주를 놓고 악마와 지그프리트 왕자의 대결 구조가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화려한 군무와 함께 무용수들의 개인기를 관객이 즐기도록 하면서 전 세계를 주름잡는 발레 레퍼토리가 됐다.
현 마하르 바지예프 발레 감독은 이번 공연에서 볼쇼이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주는 야심찬 캐스팅을 했다. 각각 주인공 오데트 공주와 지그프리트 왕자를 맡은 수석 무용수 율리야 스테파노바·아르템 아브차렌코(28일)가 발레단의 현주소를 보여준다면, 솔리스트와 퍼스트 솔리스트의 조합인 알료나 코발료바·자코포 티시(29일)는 2020년대 볼쇼이의 미래를 가늠케 하는 척도다.
영국 4대 발레단의 하나인 스코틀랜드 국립발레단도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내한은 1992년 영국이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비의 방한과 함께 이뤄졌던 첫 내한 이후 26년 만이다.
헨젤과 그레텔은 독일 작곡가 엥겔베르트 훔퍼딩크가 작곡한 동명의 오페라 음악을 바탕으로 이 발레단의 예술감독 크리스토퍼 햄슨이 감각적이면서 위트 있게 안무를 입힌 작품이다. 원작인 그림 형제의 동화 스토리는 잊는 게 좋다. 햄슨 감독은 안무하는 과정에서 스코틀랜드 어른이나 어린이들과 교감하며 원작과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어느 마을 학교에 새 여선생님이 부임하고 마을에서 아이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한다. 마침내 남매 헨젤과 그레텔 2명만이 남게 된다. 부모님은 걱정이 돼 문을 잠그고 이들이 집안에만 머무르게 했지만, 둘은 친구들을 찾아 길을 나선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해외 발레 명가들 한국서 색다른 향연
입력 2018-05-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