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버닝’ 작품성 확인한 번외 2관왕 [71회 칸영화제]

입력 2018-05-21 00:00
제7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버닝’의 이창동 감독. 신화뉴시스
제71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거머쥔 ‘만비키 가족’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AP뉴시스
제71회 칸영화제 폐막작 ‘돈키호테를 죽인 사나이’의 테리 길리엄 감독과 출연진. AP뉴시스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영예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56·사진) 감독의 ‘만비키 가족’에 돌아갔다. 기대를 모았던 이창동(64) 감독의 ‘버닝’은 본상 수상에 실패했다.

19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1회 칸영화제 폐막식에서 ‘만비키 가족’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에 호명됐다. ‘디스턴스’(2001), ‘아무도 모른다’(2004),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등 다섯 번째 칸 경쟁부문에 진출한 히로카즈 감독은 이로써 생애 첫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거머쥐게 됐다.

‘만비키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좀도둑질로 연명하는 가족이 갈 곳 없는 다섯 살 소녀를 식구로 받아들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평단의 호평을 얻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칸영화제에 참가할 때마다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용기를 얻는다”며 “영화는 대립하는 사람과 사람, 멀리하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대상은 백인 우월집단 KKK단에 비밀 잠복한 흑인 형사의 이야기 ‘블랙클랜스맨’(스파이크 리·미국)이, 심사위원상은 난민의 처절한 삶을 그린 ‘가버나움’(나딘 라바키·레바논)이 차지했다. 감독상은 ‘콜드 워’의 파벨 포리코브스키 감독(폴란드)이 수상했다.

각본상은 ‘라자로 펠리체’의 알리스 로르바허 감독(이탈리아)과 ‘쓰리 페이스’의 자파르 파니히 감독(이란)이 공동 수상했다. 남녀 주연상은 ‘도그맨’(마테오 가로네·이탈리아)의 마르첼로 폰테와 ‘아이카’(세르게이 드보르체보이·카자흐스탄)의 사말 예슬리야모바에게 돌아갔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이미지의 책’은 특별황금종려상을 받았다.

본상 수상이 불발된 ‘버닝’은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이 주최하는 국제비평가연맹상을 차지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세계 유수 영화제마다 경쟁부문·감독주간·비평가주간 세 부문에서 1편씩 선정해 시상하는데,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한국 영화가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다.

이창동 감독은 “‘버닝’은 현실과 비현실, 있는 것과 없는 것,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미스터리”라며 “여러분이 이 미스터리를 가슴으로 안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버닝’의 신점희 미술감독은 폐막식 이후 발표되는 벌칸상을 수상했다. 벌칸상은 촬영 편집 미술 음향 등 부문을 통틀어 가장 뛰어난 성취를 보여준 기술 아티스트에게 수여되는 번외 상이다. 국내 영화인 가운데는 ‘아가씨’(박찬욱·2016)의 류성희 미술감독이 한 차례 수상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