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사결정 시스템 개혁 당위성 일깨운 검찰 내홍

입력 2018-05-21 05:05
강원랜드 채용비리 전문 자문단이 수사 외압 의혹을 받은 검찰 간부들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림에 따라 검찰 내홍도 일단락되는 양상이다. 외견상 문무일 검찰총장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 행사에 반발한 수사단과 일선 검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번 ‘항명 사태’는 검찰 조직문화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숙제를 남겼다. 검찰 내부 개혁의 당위성도 다시 일깨워준다.

이번 사태는 문 총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문 총장은 지난 2월 검찰 내부를 겨냥한 수사일수록 공정해야 한다며 수사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물론 보고조차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수사단은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하자 문 총장이 지휘권을 행사했다며 반발했다. 문 총장은 “검찰권 관리·감독은 총장의 직무”라고 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졌다. 3개월 전 약속이 왜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기 때문이다. 문 총장은 또 자신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 권위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문 총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검찰의 의사결정 시스템 중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지 전반적으로 되돌아보고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불거진 조직의 불만을 깊이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여서 환영할 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법률에 보장된 상관에 대한 검사의 이의 제기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검찰개혁위원회도 지난해 11월 이의 제기권 보장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의사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남길 구체적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 합리적 의사소통·결정 시스템 개선으로 상명하복·절대복종의 낡은 관행을 개혁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떨어질 대로 떨어진 국민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