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고용에 영향” 김동연, 영향 없다는 장하성 발언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
소득 주도 성장 갈등도 커져 盧정부 때 ‘이헌재 사태’ 우려
‘어공’에 밀리던 ‘늘공’의 반격이 시작됐나. 어공은 ‘어쩌다 공무원’을 줄인 말로 교수 등 외부 출신의 고위 관료를 가리키는 속어다. 반면 늘공은 ‘늘상 공무원’인 직업 관료를 말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 정부 집권 2년차를 맞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 부총리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고용시장 영향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이견을 표출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 성장에 기여했을 뿐 고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장 실장 발언에 김 부총리는 지난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분명히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반박했다.
경제팀 내에서는 ‘투톱’의 엇박자가 최저임금 건을 계기로 수면에 드러났을 뿐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두고 양쪽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실제 김 부총리는 청문회 당시부터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단어를 잘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대신 ‘사람중심 투자’라는 말을 주로 쓴다. 반면 장 실장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 등 어공 경제팀에 소득주도 성장은 경제정책의 금과옥조 격이다. 정부 관계자는 20일 “경제팀 내 ‘늘공’들 중심으로 소득을 올려서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에 비판적인 시각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사정 당국의 대기업 옥죄기 현상에 대해서도 어공 측은 원칙적 대응을 강조하는 반면, 김 부총리는 잘못은 시정해야겠지만 대기업 기 살리기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취임 초 ‘김동연 패싱론’을 이겨낸 김 부총리가 향후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 낼 경우 경제팀 내 엇박자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한편에서는 노무현정부 시절 이헌재 경제부총리 경질과 같은 사태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 전 부총리는 노무현정부 시절 늘공 출신으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 당시 “경제만큼은 내가 책임지겠다”면서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그러나 취임 13개월 만에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낙마했다. 실제로는 ‘기업 부민(富民)’을 내세운 이 전 부총리가 분배 우선론을 중시한 이정우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 등 청와대 개혁그룹과 대립각을 세운 것이 주된 이유였다는 게 중론이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어공’에 밀리던 ‘늘공’의 반격?… ‘한목소리’ 실종된 경제팀
입력 2018-05-21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