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많고 소득 적은 게 원인… 1959년 이전 지은 집도 6.8% “최근 1년 내 수리” 10.7% 뿐
정부, 올해 무상 ‘집 고쳐주기’ 필요 농가의 1% 수준 ‘역부족’
지은 지 30년이 지난 농촌의 한 단독주택. 70대 노부부가 기거하는 이곳의 환경은 도심의 주택과 천양지차다. 오래된 벽지는 곰팡이가 슬어 퀴퀴한 냄새가 난다. 집 곳곳의 벽은 갈라져 있어 위험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넉넉하지 못한 농가 사정에 자비로 집을 개보수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현장을 방문한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이 개보수를 권고해도 돌아온 대답은 “죽을 때 다 됐는데 이렇게 살죠 뭐”라는 체념이라고 한다.
열악한 농가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최근 발표한 ‘2017년 농어업인 복지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은 지 30년 이상 된 농어촌 주택의 비중은 30.1%다. 3곳 중 1곳 정도가 노후 주택인 셈이다. 1959년 이전에 지어진 ‘고릿적’ 집도 6.8%나 됐다. 오래된 집이 많지만 재건축이 빈번한 도심에 비해 농촌 지역은 집을 수리하는 경우가 드물다. 조사에 참여한 이들에게 최근 1년 동안 집을 수리한 적이 있는지를 물어본 결과 10.7%만 ‘그렇다’고 답했다. 보고서는 “면 지역, 농어가일수록 노후 주택이 더 많았다”고 분석했다.
집을 새로 짓는 데 관심이 적은 고령자가 많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연령대를 보면 60대 이상이 34.9%를 차지했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기준 60대 이상 인구 비중이 20.8%라는 점을 보면 농어촌 지역은 상대적으로 고령자 비중이 높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나이가 많은 분들일수록 오래된 집을 새로 짓거나 고쳐야 한다는 인식이 적다”고 말했다.
소득도 적어 집을 수리하기 위한 비용도 부담이다. 통계청의 농가경제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기준 농가당 연평균 소득은 3824만원에 그친다. 도시에 거주하는 근로자 연평균 소득(7886만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정부의 무상 지원 프로그램도 농촌 지역의 상황을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20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전체 농가 가운데 잠재 빈곤층으로 분류되는 차상위계층은 3만4000가구 정도다. 농식품부는 차상위계층을 위해 ‘농촌 집 고쳐주기 사업’을 시행 중이지만 올해 지원 대상자 규모는 지원을 필요로 하는 농가의 1% 수준인 371곳에 그친다. 그나마 가구당 최대 450만원까지만 지원 가능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내년에는 예산을 늘려 1000가구 정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예산 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농어촌 지역 집 3곳 중 1곳 ‘30년 넘은 노후 주택’
입력 2018-05-21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