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직을 유지한다. 최근 그룹 총수로 지정된 뒤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하고 책임경영을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회는 18일 이 부회장의 이사장 연임(임기 3년) 안건을 통과시켰다. 재단 관계자는 “(이사회가) 이사장이 재단의 설립 취지를 잘 이해하고 있고 삼성 경영철학과 사회공헌 의지를 계승·발전시킬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연임 배경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2015년 5월 15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삼성생명공익재단 및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동시 선임됐다. 이 중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982년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설립돼 91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다. 삼성서울병원,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2조894억원이다.
이 부회장의 이사장 선임 당시 고(故) 이병철 전 회장,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을 맡았던 것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이 그룹 경영권 승계를 공식화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회장 타이틀은 가져오지 않았지만 그룹 내 상징적인 자리에 오르면서 승계 작업이 본궤도에 올랐다는 분석이 많았다. 이사장 선임 직후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초기 대응 실패 문제가 불거지자 이 부회장은 재단 이사장으로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이병철-이건희 회장 상속 시 공익법인을 통해 우회한 것으로 볼 때 이 부회장 역시 비슷한 과정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공익재단의 경우 회사 지분 5% 한도(성실공익법인은 10%) 내에서 상속·증여세가 면제된다. 또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주요 계열사인 삼성물산(1.05%) 삼성생명(2.18%)을 보유하고 있어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사장을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이미 삼성물산 지분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과 이 부회장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도 20.82%에 달한다. 재단 보유 지분을 갖고 오해하는 것은 그룹의 지분구조를 모르고 하는 일방적 비난이라는 것이 삼성 측 반론이다.
이날 연임을 통해 이 부회장이 향후 공익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공익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룹에서 차지하는 공익사업의 무게감이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말 인사에서 그룹 홍보업무를 담당해온 이인용 사장을 사회봉사단장으로 임명해 사회공헌 활동의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이재용 부회장,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연임… 사회공헌 활동 강화 책임경영 포석
입력 2018-05-19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