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보물’ 박지수, WNBA 코트 누빈다

입력 2018-05-19 05:05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의 박지수가 지난 7일(한국시간) 열린 라스베이거스와 중국대표팀의 WNBA 시범경기에서 패스를 받을 선수를 찾고 있다. 박지수는 이 경기에서 8득점 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박지수는 18일 한국선수로는 15년 만에 WNBA 정규리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 페이스북

미네소타 지명 뒤 라스베이거스행… 두 차례 시범경기서 블록슛 탁월
21일 정규 코네티컷전 출전할 듯… 단장들 ‘가장 인상적 시즌 보낼 외국인 선수’ 공동 2위로 꼽아
올 亞게임 차출 여부 초미의 관심


시청률 하락과 관중 감소로 고민 중인 한국농구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한국여자프로농구(WKBL) KB스타즈의 센터 박지수(20)가 18일(현지시간) 한국선수로는 15년 만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정규리그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WKBL과 WNBA는 시즌 일정이 겹치지 않아 병행이 가능하다.

박지수는 지난달 열린 W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7순위로 미네소타 링스에 지명된 이후 곧바로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로 트레이드됐다. 박지수는 WNBA의 두 차례 시범경기에서 평균 6득점 4.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았고 경기당 2.5개의 블록슛을 기록하며 수비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2018 정규리그 개막을 앞두고 WNBA 12개 구단 단장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인상적인 시즌을 보낼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 선수’ 공동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기량과 화제성 모두 인정을 받은 박지수는 이날 발표된 엔트리에 포함되며 세계최고 선수들과 경쟁하게 됐다. 21일 열리는 코네티컷 선과의 올 시즌 첫 경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지수는 2017-2018 신한은행 WKBL 정규리그에서 35경기에 출장해 평균 14.2득점, 12.9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리바운드는 전체 2위이며 블록슛은 2.5개로 리그 1위였다.

한국선수가 WNBA 정규리그 개막 엔트리에 포함된 것은 2003년 시애틀 스톰에서 뛴 정선민 신한은행 에스버드 코치 이후 박지수가 두 번째다. 정 코치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WNBA는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런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경기를 치르다보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후배에게 축하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주의해야하는 것은 부상이다.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8승 26패로 최하위에 그친 라스베이거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샌안토니오에서 연고지를 옮겼고 2차례 WNBA 올해의 감독 수상 경력이 있는 빌 레임비어를 감독으로 영입하는 등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또 WNBA 신인드래프트 전체 1번인 에이자 윌슨(193㎝)이 합류하며 경기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윌슨은 지난 시즌 대학무대에서 평균 22.9점 12.0리바운드 3.3블록슛을 기록하며 각종 상을 휩쓸었다. 박지수(198㎝)와 윌슨이 골밑에서 트윈 타워로 활약한다면 플레이오프 진출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두 리그에서 뛰게 된 박지수에겐 체력도 중요한 고려대상이다. KB스타즈 관계자는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박지수의 체력 유지 방안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 코치는 “비시즌에도 다음 시즌을 준비하며 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본인이 원해서 갔으니 체력문제를 잘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지수가 WNBA에 입성하면서 그의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참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WNBA 시즌은 8월 20일에 종료된다. 만약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일정이 9월까지 연장될 수 있는데 아시안게임은 8월 18일 시작된다. 박지수가 리그에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칠 경우 라스베이거스에서 그의 대표팀 참가를 꺼려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표팀 핵심인 박지수가 빠지면 아시안게임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불을 보듯 뻔하게 된다.

대한민국농구협회 방열 회장은 “박지수는 대표팀에도 꼭 필요한 선수”라며 “소속팀뿐만 아니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나 국제농구연맹(FIBA) 등에도 박지수 차출과 관련해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