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기 어려운데 소통조차 안 되는 경제팀

입력 2018-05-19 05:03
경제 상황의 진단을 놓고 최고위 경제정책 당국자들 간에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제각각이고 소통 못하는 경제팀으로 어떻게 실물경기 하강을 막고 성장 동력을 유지할지 걱정이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여러 지표로 봤을 때 경기는 침체 국면 초입”이라고 지적하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월별 통계만 가지고 경기를 판단해선 안 된다. 추세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맞받았다. 이에 김 부의장이 “이런 구조로는 통계적 현상이 개선되기 어렵고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반박했다.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최고위 각료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부터 거시경제 청사진을 그려온 핵심 참모가 설전을 벌이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대내외 여건이 만만치 않아 경제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며 김 부총리의 경기 인식에 이견을 보였다. 이에 앞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놓고도 “없다”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있을 것으로 본다”는 김 부총리가 시각차를 드러냈다.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이견이 내부에서 조율되지 않고 이렇게 공개리에 표출되는 것은 문제다. 더욱이 대내외 경제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와중이다.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신흥국 외환시장 위기가 경고음을 내는 가운데 생산과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 쇼크가 이어지고 있다.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개최라는 외교안보 현안의 진전에 가려서 그렇지 국민들과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악화일로다. 경제라인의 내부 소통조차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관성 있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실행되리라 기대할 수 없다. 이번 충돌은 경제라인 내부의 소득주도 성장에 대한 시각차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문 대통령은 일부 참모의 얘기만 들을 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소득주도 성장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효과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