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의혹을 받는 나집 라작(65) 전 말레이시아 총리 일가의 주거지에서 명품가방이 든 상자 284개가 쏟아져 나왔다. 가방 72개에는 보석과 현금이 가득 차 있었다고 싱가포르 매체 ‘더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이 18일 보도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전날 밤 나집 전 총리 가족이 쿠알라룸푸르 고급주택가에 소유한 아파트 3채를 수색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명품가방이 든 상자들을 압수했다. 아마르 싱 상업범죄수사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압수품이 너무 많아 현재로선 전체 가치를 추정하기 어렵다”며 “보석은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아파트 소유자 신원에 대한 질문에는 귀족격인 ‘탄 스리’(비왕족 중 두 번째로 높은 작위)에 속하는 인물이라고 답했다.
경찰은 일명 ‘1MDB 스캔들’과 관련해 지난 16일부터 나집 전 총리 자택과 총리 관저를 비롯해 6곳을 압수수색했다. 나집 전 총리는 2009년 설립한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4770억원)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약 3000만 달러는 아내에게 보석 등을 사주는 데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 장소에서는 1MDB 스캔들에 관련된 듯한 문서도 발견됐다. 현재 경찰은 전날 아침 나집 전 총리 자택에서 발견된 철제 금고를 열기 위해 작업 중이다. 나집은 열쇠를 잃어버려 20년간 열어본 적 없는 금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일 취임한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는 임기 시작과 함께 나집 전 총리를 겨냥한 부패청산 작업에 돌입했다. 나집은 총선 투표 당일 밤 마하티르 총리의 후계자로 꼽히는 안와르 이브라힘(71) 전 부총리에게 두 차례나 전화해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부패청산 말레이… 나집 前총리 아파트서 명품백 284개 쏟아져
입력 2018-05-19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