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神 설경구가 지천명 아이돌로… 불한당원이 바꾼 것들

입력 2018-05-21 00:10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의 변성현 감독과 배우 김희원 설경구 전혜진 허준호(왼쪽부터)가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열린 개봉 1주년 기념 상영회에서 축하 케이크에 꽂힌 촛불을 끄고 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상영이 끝나자 극장 안은 삽시간에 박수와 환호로 휩싸였다. 인기 아이돌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출연 배우들이 단상에 오르자 열기는 극에 달했다. 어떤 이는 벅찬 마음에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을 향한 ‘불한당원’들의 애정은 그토록 열렬히 사무치는 것이었다.

불한당원은 지난해 5월 개봉한 ‘불한당’의 열혈 팬덤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난 1년간 이들은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영화를 수차례 반복 관람한 것은 기본. 영화제 등 공식행사에 ‘불한당’ 배우들이 초청되면 여지없이 출동했다. 자발적으로 대관비를 모금해 70여회에 달하는 단체 상영을 진행하기도 했다.

17일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는 ‘불한당’ 개봉 1주년을 기념하는 상영회 ‘땡큐 어게인’(사진)이 열렸다. 투자·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보답의 의미로 주최한 이벤트였다. 추첨을 통해 600여명에게 참석 기회가 주어졌는데, 개중엔 선착순 티켓을 받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줄을 선 이들도 있었다.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넘지 못한 ‘흥행 실패작’으로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불한당원 대다수는 20∼30대 여성이었다.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었을 땐 대부분 비슷한 답이 돌아왔다. 작품성이 빼어나다는 것. 박모(24·여)씨는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다. 액션·조명·음악 등 모든 요소에 각각의 의미가 담겨 있어 찾으면 찾을수록 재미있다”고 말했다.

중심 전개뿐 아니라 디테일에 매료됐다는 반응도 있었다. 허연서(22·여)씨는 “스토리와 편집, 캐릭터가 모두 훌륭하다”면서 “특히 전혜진 배우가 연기한 천 팀장 캐릭터를 좋아한다. 한국영화 치고 여성 캐릭터를 이렇게 멋지게 그려낸 경우는 드물지 않나”라고 얘기했다.

상영 이후 진행된 간담회에서 주연배우 설경구(51)는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한 큰 사랑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불한당’을 통해 뜨거운 인기를 모으며 ‘지천명 아이돌’이란 별명까지 얻은 그는 “난 천운을 받은 배우인 것 같다”고 감격해했다.

설경구는 또 “얼마 전 ‘버닝’ VIP 시사회에 갔다 왔는데 거기서도 관계자들끼리 ‘불한당’ 얘기를 하더라”면서 “불한당원은 한국영화계에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자될 것이다. 이 영화를 잊지 말아주시라. 저희도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고 했다.

SNS 막말 논란을 빚고 두문불출했던 변성현(38) 감독은 개봉 이후 처음 이날 공식석상에 섰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할 때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불한당’은 관객 여러분이 완성시켜주셨다”며 “(작품에) 호흡을 불어넣어 다시 선물 받은 느낌이다. 잊지 못할 선물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