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北, 조건 없이 즉각 대화 재개해야

입력 2018-05-19 05:01
이번 주에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기 연기시킨 북한의 태도가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당연한 우리 측의 유감 표명까지 문제 삼으며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의 남북 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지 않고 있다. 자신들이 먼저 한 제의를 스스로 깨 놓고 그 책임을 남측에 전가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문제가 생기면 언제, 어디서든 전화 통화로 풀자던 ‘최고 존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과도 정면 배치된다.

북한은 연일 회담 연기의 구실로 삼은 맥스선더 훈련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와의 문답에서 “회담 무산의 원인인 침략전쟁 연습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라도 회담을 열어야 한다는 남조선 당국의 괴이쩍은 논리는 북침 전쟁연습을 합리화하고 역겨운 비방·중상을 지속시켜 보려는 철면피와 파렴치의 극치”라고 강변했다. 적어도 맥스선더 훈련 기간에는 대화의 장에 나서지 않겠다는 통첩이다.

북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는 예상 밖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김 위원장의 배후로 시사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김 위원장이 2주 전 갑자기 중국 다롄을 방문해 시 주석과 만난 뒤부터 상황이 조금씩 바뀌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요지다. 세계 최고의 정보를 갖고 있는 미 대통령이 지금 같은 살얼음판 국면에서 근거 없는 얘기를 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시 주석이 중국 패싱을 우려해 그랬다면 중국이 바라고, 전 세계가 바라는 한반도 비핵화의 길은 더 멀어질 뿐이다. 한반도를 미·중 패권의 각축장으로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도하는 게 중국의 올바른 책무다. 북한 당국 역시 ‘결코 과거로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두 정상이 대내외에 천명한 판문점 선언의 정신을 훼손하는 행위를 자제하는 게 마땅하다. 대화 재개는 빠를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