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뇌사자의 폐 일부를 떼어내 소아에게 이식하는 수술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 폐 크기가 비슷한 뇌사자가 극히 드문 소아나 영·유아 폐 이식 대기자들에게 희망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영태, 소아과 서동인 교수팀은 지난 3월 11일 폐동맥고혈압을 앓고 있는 임성균(7)군에게 40대 여성 뇌사자의 좌우 폐 아래쪽 절반씩을 각각 잘라내 옮겨 시술하는 데 성공했다고 18일 밝혔다. 건강을 회복한 임군은 산소장치를 떼고 1∼2주 후 퇴원한다.
폐동맥고혈압은 폐 안 혈관의 압력이 높아지며 심장을 망가뜨려 생명을 위협하는 병이다. 국내에 약 5000명의 환자가 있으며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은 2년밖에 안 된다.
임군은 올해 초 폐동맥고혈압을 진단받고 폐 이식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평생 심장에 부담을 주는 폐를 건강한 폐로 바꿈으로써 심장까지 살릴 수 있다는 게 의료진 설명이었다.
하지만 적합한 폐를 기증할 만한 뇌사자 어린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장기이식법상 이제까지는 폐 공여자와 이식받을 환자의 키와 폐 크기가 비슷할수록 우선순위가 높아 뇌사자가 드문 소아 등은 불이익을 받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7월 이 항목이 삭제되면서 임군에게도 문이 열렸다.
최근 국내 한 대학병원에서 비슷한 이식 수술을 시도한 적 있으나 환자가 숨져 실패했다. 서동인 교수는 “장기이식법이 고쳐져 성인 폐를 일부 잘라 소아에게 이식하는 수술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면서 “소아 환자들도 폐 이식으로 새 생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부쩍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어른 폐 잘라 소아에게 이식, 국내 첫 성공
입력 2018-05-19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