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VS 삼바… ‘분식회계’ 싸고 사활 건 대결 시작

입력 2018-05-18 05:05
김학수 감리위원장이 17일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감리위원회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금감원 “회계 방식 바꾼 건 고의 분식” 삼바 “검증 받았는데 또 조사… 충격”
심의 내용 외부 누설하면 형사처벌… 대배심제는 다음 회의부터 적용
25일 2차 회의… ‘증선위’는 내달 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둘러싼 금융감독원과 회사 측의 진검승부가 17일 개시됐다. 감리위원회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연관성 여부까지 다룰 예정이어서 최종 결과에 따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감리위는 이날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16층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위원 8명은 휴대전화를 모두 제출했다. 김학수 감리위원장은 위원들에게 “안건 및 심의 내용을 외부에 누설할 경우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형사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원들은 금감원,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법인의 입장을 각각 2시간 남짓 듣고 밤늦게까지 이들을 상대로 질문을 던졌다. 금감원, 회사 측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공방을 벌이는 대심제는 다음 회의부터 적용된다. 감리위 2차 회의는 오는 25일 열린다. 최종 결론을 내릴 증권선물위원회는 다음달초쯤 열릴 전망이다.

금감원 회계조사국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 건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자회사인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잃을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바꿨다. 이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1조9000억원 순이익을 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이사는 “의구심이 있는 부분은 모두 투명하게 밝힐 것”이라며 “상장 당시 검증받은 내용을 다시 조사하는 충격스러운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사 측은 프레젠테이션(PT) 발표를 통해 당시 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판매 승인을 받는 등 상황을 고려할 때 회계처리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이 ‘스모킹건’(결정적 근거)을 갖고 있는지 주목한다. 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사퇴했던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근거가 있으니까 고의분식 결론을 낸 것이지 추론을 갖고 했겠느냐”고 말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가 연관있다는 게 인정될 경우 이 부회장의 대법원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연금은 2015년 7월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 의결을 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성장 가능성을 근거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부회장의 대법원 형사재판을 맡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된 중요 현안 중 하나”라며 “국민연금이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과 분식회계 여부가 연관있는 건 아닌지 관심을 갖고 최종 결론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