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서울시장 후보들이 단일화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정치적 소신과 신념이 확실하다면 동지로서 생각하고 같이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언급한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었다.
다만 김 후보는 “안 후보가 지금은 많이 중도화됐지만 그런 정치적 신념이 잘 형성돼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1등이 크니까 2등, 3등이 합치라는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을 국민은 원하지 않는다”고 단서를 달았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50%를 넘어서는 상황이지만 인위적인 단일화는 어렵다는 의미다.
안 후보도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공약 발표를 한 뒤 단일화 견해에 대한 질문에 “(김 후보) 발언 의도를 살펴본 뒤 입장을 말하겠다”며 “김 후보가 홍준표 한국당 대표와는 달리 박 시장이 다시 당선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부인했던 한 달 전과는 달라진 태도다. 안 후보는 대신 박 시장을 이길 수 있는 야권 단일 후보는 자신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누가 박 시장을 이길 수 있느냐 ‘박원순 대 김문수’는 백이면 백 아니라고 한다”며 “저는 박 시장과 일대일로 대항하면 이길 수 있는 후보”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과거와는 조금 달라진 뉘앙스다. 다만 두 후보 모두 단일화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뜻보다는 상대방의 양보를 요구하는 기류가 강하다.
한국당 관계자는 “한국당, 바른미래당 모두 스스로 양보하겠다는 생각이 없다”며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잡음이 일어나면 득보다 실이 크기 때문에 실제 단일화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관계자 역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소신’을 요구하는 김 후보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상 정치 성향을 바꾸라는 의미여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안철수·김문수 ‘야권 단일화’ 재점화했지만… “내가 박원순 대항마” 신경전
입력 2018-05-17 2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