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정규직·中企 비정규직 임금 격차 100대 25 수준 일자리 차이도 큰데 서로 단절돼
임금 일부 상생기금 출연 등으로 대·중소기업 격차 풀어 가야”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17일 “일자리 격차 문제가 심각하고 조선 자동차 금융 산업에서도 여러 가지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런 조건에서는 사회적 대화가 시대적 요구”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자본(기업)은 변화와 개혁에 더딜 수밖에 없다”며 “노동자가 먼저 고통 분담을 해나갈 때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며 기업가들도 설득하고, 정부 역할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문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민주노총이 8년 만에 노사정위에 복귀했다. 배경은.
“일자리 격차가 심각하고 구조조정이 예고된 상황에서 사회적 대화가 시대적 요구다. 두 문제 모두 개별 기업 노사 차원에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도 강하고, 한국노총도 적극적으로 역할을 했다.”
-사회적 대화가 잘 이뤄질까 하는 의구심이 있다.
“‘뭘 할 거냐’가 대단히 중요하다. 격차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100대 25 수준이다. 청년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격차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청년실업난 해소 방법은.
“대기업 정규직은 10곳 중 2곳 밖에 안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과 중소기업 일자리다. 그런데 그 사이 통로는 완전히 단절돼 있다. 신분적 차이로 구조화됐다. 일자리를 새롭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일자리를 좋게 만드는 거다.”
-임금 격차를 어떻게 해소하나.
“우리는 노동귀족이라고 하지만 당사자는 30년 투쟁해서 얻은 정의로운 성과물로 판단한다. 이걸 내놓으라고 할 수는 없는 거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임금은 물가 상승수준으로만 인상하고 임금 1%를 상생기금으로 내놓아 중소협력업체 처우개선에 쓴다. 금속노조는 ‘하후상박’ 방식의 임금협상을 하기로 했다. 출발부터 대·중소기업 격차를 없애고 정부 지원을 강화한 ‘광주형 일자리’도 있다. 이런 일들을 하나의 문화로 확산시켜야 한다. 노사정위에서 공론화할 생각이다.”
-대부분 일회성 대책이라는 평가가 있다.
“현재 격차는 대기업 노조나 사용자, 정부 어느 하나만의 책임이 아니다. 상생 기금 1%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연봉 3000만원 받는 중소기업 노동자 임금을 현대차처럼 올리자는 건 답이 아니다. 그 사이 중간 어디쯤이 타협점이다. 거기 도달하기 위해 지금부터 토론도 하고 많이 논의해봐야 한다.”
-유럽식 대타협이 우리 사회에서 가능할까.
“네덜란드식 대타협을 많이 얘기하는데, 거기도 기업은 인원을 자르려했고 노조가 버틴 거다. 그래서 고용을 유지하는 대신 임금을 동결하기로 정리한 거다. 거긴 전 국민, 전 산업적 차원이었고 우린 기업 차원이라는 게 다르다. 국민 인식을 제고해서 당분간 그렇게 가보자는 거다.”
-노조 개혁이 우선인가.
“같이 가야 한다. 노동이 먼저 아들 딸 위해 고통을 나눌 때 정부 역할도 강화할 수 있다. 최저임금을 예로 들면 정부 마중물이 먼저다. 대통령이 일자리 안정자금 3조원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를 1만원까지 올리려면 10조∼15조원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는 정부 마중물과 상생기금 방식의 노사 참여를 통해 도달할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불만도 있다.
“최저임금은 젊은 사람에게 투자하는 거다. 어디 가는 돈도 아니고 국내에서 다 쓴다. 최저임금이 1만원 되면 연봉 2500만원이고, 결혼해서 둘이면 5000만원이다. 이 정도면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 여기에 격차를 좁히고 젊은 사람 일하기 좋은 ‘스마트 팩토리’를 만들면 청년 실업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될 것이다.”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의혹이 불거졌다.
“삼성에 노조가 있었으면 최순실 국정농단과 백혈병 사태는 안 벌어졌다. 노조가 국민연금에 가서 경영권 승계를 요구했을 수도 있다. 삼성 같은 곳은 절대 강성 노조 안 나온다. 노사 관계가 잘 되도록 내 역할을 하겠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문 위원장은
대학생 때 노동운동 투신… 구속 때 文대통령이 변론
문성현(66)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장은 경남 함양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했다. 1985년 통일중공업(현 S&T중공업) 노조위원장을 맡아 파업을 주도하다 구속됐다. 당시 변론을 맡은 변호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89년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세 번째 구속됐을 때는 문재인 대통령이 변호를 맡았다.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 공동의장과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위원장, 민주노동당 대표를 지냈다. 1999년 민주노총의 노사정위원회 탈퇴를 주도해 ‘문전투’라는 별명이 생겼다.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합류했고 지난해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노동위원회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았다.
박세환 기자
사진=윤성호 기자
문성현 “기업은 변화에 더뎌… 노동자가 고통분담 통해 설득해야”
입력 2018-05-18 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