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니콜라스 마두로(55·사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상상을 초월한 인플레이션과 기반시설 붕괴, 치안 불안, 인구 유출 등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지만 유권자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16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베네수엘라에서는 정부가 기본적인 기능조차 하지 못하는 ‘파탄국가(failed state)’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단수(斷水)가 일상화된 것은 물론 올해 1분기에 발생한 정전만 따져도 7778회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1087.5% 오른 물가는 올해 1만3864.6% 치솟을 전망이다.
치안 면에서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 친정부 무장세력과 폭력조직, 콜롬비아 무장게릴라가 난립 중이다. 지난해 이가라페 인스티튜트 조사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 10개 중 4개가 베네수엘라에 있었다. 살길을 찾아 베네수엘라를 떠나는 인구는 하루 최소 5000명에 이른다. 교육·의료 분야는 전문인력이 빠져나가는 통에 대부분 마비됐다. WP는 의료공백을 틈타 전염성 질병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反)정부 여론이 높지만 마두로의 재선은 기정사실이다. 주요 야권세력이 부정선거 가능성을 이유로 선거를 보이콧하면서 다른 선택지가 사라진 탓이다. 엔리 팔콘 전 라라주 주지사가 그나마 대항마로 나섰지만 지지율이 30%대 이하에 머물며 야권 전체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의 위기가 선거 뒤 오히려 마두로의 독재 체제를 강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열대의 용-우고 차베스의 유산’의 저자 하비에르 코랄레스는 전날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독재자들은 불황을 버틴 뒤 이를 독재의 구실로 사용한다”고 경고했다.
마두로는 선거 뒤 서방과의 화해 계획을 내비쳤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미 정상회담 과정이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 화해에 매우 긍정적인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우리는 핵무기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bi.co.kr
정부 멈췄는데도… 베네수엘라 마두로 재선 확실
입력 2018-05-18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