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현 노사정위원장 “노조 경영참여 필요… 구조조정 함께 고민해야”

입력 2018-05-17 19:01

문성현(사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노사정위) 위원장은 17일 기업 구조조정과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 “전체적으로 노조의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위원장은 또 일자리 격차에 대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격차가 신분적 차이로까지 구조화됐다”며 “이 문제에 대한 범국민적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 노사정위 위원장실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사가 어려우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구조조정을 놓고 극한적인 싸움만 계속하다 막판에야 결론을 내린다”며 “노조의 경영 참여가 돼야 회사가 어려울 때 노사가 대립하지 않고 문제해결 방향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문제는 사용자들”이라며 “기업하는 분들은 인원을 잘라낼 수만 있으면 제일 편하다고 생각하는데, 노조가 고통 분담을 한다고 나서면 기업도 고용유지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 문제와 관련, “소위 해외 자본의 ‘먹튀’를 걱정하지만 이를 막기 위해서는 노조가 경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며 “노조가 경영에 지배·개입·간섭하려는 게 아니고 회사를 살릴 수 있도록 노조가 경영해 참여하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노조도 돈만 받아가지 말고 회사 경영이 어떤지를 직접 참여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어려움이 있다면 인정하고, 살리는 방안도 논의해야 하는 게 경영 참여”라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서도 전체적으로 노조의 경영 참여가 필요하다”며 “어느 정도 일정한 임금 수준에 오른 대기업 노조는 이제 투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생각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일자리 격차의 심각성도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 일자리가 10이라면 대기업 정규직은 2곳, 나머지는 비정규직·중소기업 일자리”라며 “문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통로가 완전히 단절돼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신분적 차이로까지 구조화됐고, 고쳐질 수 있는 문제도 아니며, 점점 더 확대·심화되고 있다”면서 “이런 조건에서는 젊은이들이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으로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최근 법정관리 문턱에 놓였던 STX조선해양 노사의 무급휴직 합의를 예로 들었다. 문 위원장은 “중형 조선소 전망이 대단히 안 좋은 상황에서 구조조정 대상 인원이 40%나 됐다”며 “회사를 나가면 사내 하청회사로 이동해야 하는데, 지금 같은 격차사회에서 노조는 죽어도 못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당장 사회 안전망도 없고 임금 수준도 반으로 떨어지니까 정규직에서 밀려나면 미래가 없다”며 “그러니 항상 구조조정 이슈가 터지면 노조는 ‘결사항전’ ‘해고는 살인’이라며 버티는 것이다. STX조선해양이 잘 해결됐다고 하지만 속에는 ‘이렇게라도 살겠다’는 노동자의 절규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대기업·원청업체의 상생문화 도입 격려, 일자리 질의 격상,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한 청년층의 사회 진입비용 저감을 우선 추진할 목표로 제시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