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평창 몇주전 주한미군 가족 대피준비 지시”

입력 2018-05-16 19:3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를 몇 주 앞두고 고위 안보관료들에게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 준비를 지시했었다고 15일(현지시간) CNN방송이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까지 북한과의 전쟁을 실제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었음을 확실히 알려주는 사례라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연초 어느 날 아침 정보 브리핑 때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던 허버트 맥매스터에게 주한미군 가족의 대피를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맥매스터는 대통령 명령서를 만들었고 이는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에게 전달됐다.

켈리를 비롯한 안보 수뇌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명령이 북한에는 미국이 전쟁을 준비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수뇌부는 남북한 외교 행보의 서막이던 평창올림픽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점까지 우려했다.

결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켈리 실장이 절충안을 마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얻었다. 기존 주한미군 가족을 한국에서 대피시키는 게 아니라 앞으로 파견되는 주한미군이 한국에 가족을 데리고 가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이었다. 다만 이 명령도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애초 명령이 실행됐다면 북한과의 긴장이 고조돼 한반도가 전쟁 위기에 근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 때문에 갑자기 주한미군 가족 대피를 명령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나 당시 그와 참모들이 ‘코피 작전’(북한을 제한적으로 타격하는 군사옵션)을 논의하던 와중에 나온 명령이었다고 전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