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 유럽 주요 국가들이 ‘이란 핵 협정 수호’에 공식 합의하고 해법 마련에 착수했다. ‘나홀로 협정 탈퇴’를 선언한 미국은 이란 중앙은행 총재 등을 추가 제재 대상에 올리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독일 영국 프랑스 등 3개국 외교장관은 1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이란 외교장관과 만나 핵 협정의 정상적 이행에 합의했다고 AFP통신 등이 전했다. 이란은 앞서 이 자리에서 미국의 탈퇴로 파기 위기에 놓인 핵 협정이 유지되도록 확실히 보장해줄 것을 요구했다.
EU 등은 다음 주 중 오스트리아 빈에서 차관급 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핵 협정을 살리기 위한 9개 방안을 몇 주 안으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 협정대로 이란이 핵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원유 및 가스 수출과 이란 내 서방의 투자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란에 약속한 경제적 보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재무부는 이란 중앙은행 발리올라 세이프 총재와 알리 타르자리 국제담당 부국장, 알 빌라드 이슬라믹 은행 등을 새롭게 제재 명단에 올렸다. 미국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에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돕고 있다는 게 이유다.
미국의 제재는 지난 8일 이란 핵 협정에서 탈퇴한 뒤 두 번째 내놓은 단독 제재다. 미 정부는 이란과 거래하는 기업까지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 협정 타결로 중단됐던 기존 제재는 부문별로 오는 8월과 11월 차례로 재개된다.
미국의 핵 협정 탈퇴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중동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국제유가가 널뛰고 있다. 브렌트유 7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한때 배럴당 79.47달러까지 올랐다가 78.43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실패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진 2014년 11월 말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이란 옆 지킨 유럽… 추가 제재 나선 미국
입력 2018-05-17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