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 다니는 신자들이라면 가끔씩 설교 강단에서 쏟아지는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비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참된 성도로 살아가려면 자유주의 신학을 경계해야 한다”는 식이다. 대부분 보수 기독교 교단 교회에 속한 목회자들이 주장하는 메시지다.
하지만 자유주의 신학이 왜 위험한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목회자는 거의 없다. 그러는 사이 성도들은 자유주의 신학이 사회 제반 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의 한국교회를 갱신할 대안으로 생각한다.
책은 이런 목회자와 성도 모두를 위한 책이다. 저자는 보수 신학교를 나와 현대신학의 본거지인 독일에서 루터신학을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신학자이자 목회자다. 그는 자유주의 신학의 형성과 발전에 영향을 끼친 철학자 칸트를 시작으로 슐라이어마허, 리츨, 하르나크 등에 이르기까지 자유주의 신학의 발원과 중심 내용을 소개한다. 또 이들의 신학을 분석·평가한다.
자유주의 신학은 19세기 유행했던 합리주의적이며 개인주의적 사상에 기초해 정통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일어난 신학 조류다. 정통주의에서는 ‘현대신학’으로 부른다. 그런데 현대신학은 부정적이고 왜곡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여기엔 철학 용어가 난무하는 사변적인 신학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니는데 이는 근현대 철학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저자의 목표는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돕고 독자들이 직접 원전을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데 있다. 자유주의 신학을 알고 평가하려면 주요 학자들의 저작을 직접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곡된 상태에서 비판만 일삼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예를 들어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으로 당시 회의주의자들로 인해 무너져 가던 형이상학을 구했다. 또 인간 이성의 한계를 분명히 정하고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성으로 증명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칸트는 어렵기만 했던 신학용어를 분류해 정리한 사람이기도 하다. 물론 그는 원죄와 십자가, 부활 등 기독교의 근본 교리를 믿지 않았다.
저자는 한국교회가 교리나 교권 등에 얽매이지 않고 인간 삶과 세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자유주의 신학의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유주의자들이 그들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죄 문제나 개인 구원을 심각하게 다루지 않은 것은 큰 실수라고 지적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자유신학의 부정적 이미지에 대한 객관적 이해
입력 2018-05-17 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