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좋은 친구, 또 하나는 강한 불펜이다.” 1976년 미국프로야구(MLB)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밥 레먼 전 뉴욕 양키스 감독의 말은 현대 야구에도 통한다. 시즌 초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롯데 자이언츠와 한화 이글스가 강력한 불펜의 힘을 토대로 상위권 싸움을 펼치고 있다.
투수놀음이라는 야구에서 두 팀 선발진은 냉정히 리그 평균에 못 미치는 실력이다. 한화와 롯데는 5회 이전까지는 강한 팀이 아니다. 15일 현재 선발 투수의 퀄리티스타트 피칭(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이 가장 적은 두 팀이 롯데(12회)와 한화(13회)다.
하지만 두 팀은 경기 후반엔 리그 최강이 된다. 10개 구단 중 불펜 평균자책점과 피안타율이 가장 낮은 두 팀이 한화와 롯데다.
민훈기 SPOTV 해설위원은 15일 “올 시즌 롯데와 한화의 불펜진에는 수혈이 이뤄졌고, 코칭스태프가 투구수 관리를 철저히 해 주며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롯데는 두산 베어스 출신 오현택을 필두로 ‘마당쇠’ 진명호, 마무리 손승락까지 이어지는 ‘오명락’ 필승조를 완성시켰다. 진명호는 15일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10회말에 등판, 데뷔 첫 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1승 10패의 최하위로 시즌을 출발했던 팀은 어느덧 5강 안에 들어와 있다.
한화의 불펜진은 ‘독수리 5형제’로 거듭났다. 줄곧 부진하던 송은범은 송진우 투수코치의 조언으로 투심패스트볼을 익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안영명은 신인 때처럼 시속 140㎞ 후반대의 싱싱한 공을 뿌린다. 사이드암 서균의 평균자책점은 아직 0이다. 민 해설위원은 “한화 투수들이 패배의식을 걷어내고 공격적인 피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한 불펜의 완성은 확실한 마무리 투수다.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서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마무리들이 주춤하지만 두 팀은 예외다. 현재 리그 최고 마무리는 1승 14세이브를 기록 중인 한화 정우람이다. 스피드가 아주 뛰어나진 않지만 회전이 좋은 직구를 바탕으로 타자들의 헛스윙을 이끌어낸다.
롯데의 마무리 손승락은 단 1차례의 블론세이브도 없이 8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특유의 묵직한 공에 제구력도 뒷받침된다. 김경기 SPOTV 해설위원은 “지금 마무리 투수들 가운데 구위로서 타자를 상대하는 유형은 손승락 정도”라고 했다.
선수들이 지칠 여름 시즌에도 롯데와 한화의 전망은 밝다. 롯데에서는 박진형과 고효준이 숨고르기 중이다.
한화는 송창식 권혁 박정진 등이 콜업을 기다린다. 민 해설위원은 “베테랑 대체요원들이 역할을 해줄 때가 분명히 온다”며 “두 팀은 장기적으로도 상당히 괜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15일 프로야구 전적>
△KIA 2-1 넥센 △KT 3-0 한화 △LG 2-4 삼성 △SK 4-6 두산 △롯데 5-3 NC(연장 10회)
강력 불펜 있기에… 거인·독수리, 상위권 경쟁
입력 2018-05-1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