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수서고속철도) 운영사인 SR㈜의 인사팀장 박모(47)씨는 기업 신규 채용 서류전형에서 평가 점수가 합격점보다 낮은 지원자 한 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상위 득점자 39명을 고의로 탈락시켰다. 서류 평가에서 75점을 받은 다른 지원자의 점수도 77점으로 부풀렸다. 그래도 합격선을 밑돌자 다른 지원자 20명을 탈락시켜 합격선을 낮췄다. 박씨는 두 사람의 면접 점수마저 조작해 최종 합격시켰다.
이는 모두 SR㈜ 전 영업본부장 김모(58)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김씨는 지인과 친척 등으로부터 부정 채용 청탁을 받아 박씨에게 점수 조작을 맡겼다. 서류 평가는 외부 위탁업체가 맡기로 했으나 임원과 인사팀장이 점수 조작에 나서자 막을 수 없었다.
김씨는 직접 부정 채용에도 나섰다. 청탁 대상자가 면접에 불참하면 아예 허위 면접표를 작성해 통과시켰다. 각 부서에 청탁 대상자 명단을 미리 통보하고 면접을 시작하기 전에 합격자를 내정한 정황도 드러났다.
노조위원장 이모(52)씨도 부정채용에 가담했다. 코레일 전·현직 직원 11명이 청탁 대가로 이씨에게 1억200여만원을 건넸다. 이들은 이씨에게 “수차례 SR 채용시험에 탈락한 자녀들을 합격시켜 달라”고 사정했다. 이씨에게 돈을 건넨 이들의 자녀는 김씨 지시에 따라 전원 최종 합격했다. 이 회사 임원 중에는 단골 식당 주인의 딸이 채용되도록 점수를 조작하게 한 이도 있었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면접 접수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전에 청탁해 온 지원자들을 부당하게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로 김씨와 박씨를 구속하고 노조간부 등 13명을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2015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이들이 부당 채용한 지원자는 24명이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
상위 득점자 39명 고의 탈락·점수 조작… SR 채용비리가 기가막혀∼
입력 2018-05-16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