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염(70·사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전 대표는 20여년간 이주여성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다문화 정책에 맞서 왔다. 이주여성을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주체적 여성으로 대우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그의 목표다.
여성가족부는 15일 한 전 대표의 공을 높이 사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에서 ‘2018년 가정의 달 기념식’을 열고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했다. 한 전 대표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주여성들을 위해 끈질기게 싸운 결과로 상을 받는 것 같다”며 “이 훈장이 이주여성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우연한 계기로 이주여성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한국기독교장로회 목사로 서울 창신동 청암교회에서 빈민운동을 하던 그는 1996년 공장에서 일하다 임금 체불과 성추행을 겪고 도망온 여성 이주노동자들을 만났다. 한 전 대표는 “이주여성들은 피해를 보면서도 일에 시달리느라 쉴 새가 없었다”며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아 소외된 이들에게 관심이 갔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2001년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이주여성 인권운동에 나섰다. 인종차별과 성차별, 가정폭력으로 고통받는 이주여성들에게 긴급전화 상담을 제공했다. 가정폭력을 당한 이주여성을 보호하도록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에도 앞장섰다. 한 전 대표는 “이주여성을 차별하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들기 위해 수동적인 정부 부처들을 끊임없이 괴롭혀 왔다”며 “특히 여성가족부와는 자주 다퉈왔기에 이번에 상을 준다고 했을 때 놀랐다”고 웃으며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정부의 다문화가족 정책이 가부장적이라고 지적했다. 아이를 낳지 않은 이주여성 지원이 후순위로 밀리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정부는 오랫동안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주여성 지원책을 펼쳐 왔다”며 “이는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보는 관점과 국가 중심 사고가 결합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이주여성에게 인권 교육과 한국어 교육도 하고 있다. 이주여성이 스스로 역량을 키우게 하자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이주여성들이 남편이나 가족에게만 의존하면 주체적 인간이 될 수 없다”며 “직업적 능력을 길러 경제적으로 생존할 수 있게 하고, 이주민으로서 목소리 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방극렬 기자, 사진=이병주 기자 extreme@kmib.co.kr
‘이주여성 대모’ 한국염씨 “그녀들, 출산의 도구 아닙니다”
입력 2018-05-16 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