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농협·수협 등 경쾌한 이미지 만들기 위해 쉽고 간결한 언어 사용… 고객들에 적극 어필 인지도 올라가
아이돌 전면에 내세운 리딩 뱅크들 부럽지 않을 정도로 가성비 높아
이쯤 되면 언어의 마술사다. 은행법 말고 특별법에 따라 중소기업 농업 수산업 지원을 위해 설립된 특수은행들이 기발한 언어 사용으로 경쾌한 이미지 제고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글로벌 한류 아이돌인 방탄소년단과 워너원을 내세우는 리딩뱅크들이 부럽지 않다. 가성비는 단연 으뜸이다.
IBK기업은행 카드사업부는 지난달부터 ‘이것만 기업해’ 카피(광고문구)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복잡하고 외우기 어려운 카드 이용 혜택 가운데 이것만은 꼭 기억해 기업은행 카드를 써달라는 의미다. ‘영화관×기쁨카드=1만원 할인’ ‘아메리카노×기쁨카드=20% 할인’ 등 할인 조건도 수학 공식처럼 만들어 버스 옆구리에 내걸었다. 기‘억’해를 기‘업’해로 바꾸었을 뿐인데, 인지도가 올라간다. 확장 버전으로 ‘똑똑히 기업해’ ‘사랑해∼ 그리고 기업해’도 있다.
기업은행은 배우 이정재가 나와 “그림에 끼가 있던 이 친구는 색칠놀이 앱을 만들었다”며 소개하는 창업지원 동반자금융 광고도 하고 있다. 이정재 옆 인물들이 ‘진짜 이정재 친구들이냐, 실제 스타트업 대표들이냐’는 질문이 은행 창구에 접수되기도 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15일 “우리의 창업지원센터 IBK창공의 실제 스타트업 사례를 기반으로 했지만, 광고 출연자들은 모두 배우들”이라고 밝혔다.
NH농협은행은 ‘욱’을 ‘농’으로 180도 뒤바꾸는 마법을 선보였다. 농협은행 카드사업부가 나서 신용카드 ‘욱’하며 긁지 말자고 한다. 대신 ‘농’협 카드를 만나 계획성 있고 책임감 있게 소비생활을 하자고 제안한다. 농협은행은 최근 배우 유승호와 모델 계약도 연장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책임감 있는 특수은행이라서 신용카드도 무조건 쓰라고 부추기긴 어렵다”며 “단정하고 올곧은 은행 이미지 구축이 먼저”라고 언급했다.
Sh수협은행은 지난 1일부터 대대적인 ‘수’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직원들과 영업점의 전화 통화 연결음이 교체됐는데 이런 식이다. “역시 수협은행. 저 오상진도 경험해 봤더니 이렇게 편리할 수가, 이렇게 금리가 좋을 수가, 이렇게 혜택이 많을 수가. 그래서 수협은행이 신의 한 수,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대한민국 1금융권 은행이니까. 좋은 수가 있다. SH수협은행.” 신의 한 수, 누릴 수, 좋은 수 등등 20초 길이의 통화 연결음 안에 ‘수’자만 여덟 번 반복된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30초 분량 라디오 광고 버전엔 ‘수’자가 더 많다”며 “‘수’를 더 많이 활용한 이벤트 확장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이것만 기업해’ ‘욱하지 말고 농’ ‘좋은 수가 있다’… 어느 은행 광고일까요?
입력 2018-05-16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