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역외탈세 근절을 위한 합동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재벌가의 해외 재산도피 사례가 잇달아 드러나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다.
문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 반사회 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불법 해외재산 도피는 활동 영역이 국내외에 걸쳐 있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치밀하게 행해져 어느 한 부처의 개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유관 기관이 참여한 해외 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 구성을 지시했다. 또 검찰의 적폐청산 수사에서도 해외 범죄수익 재산이 발견될 경우 철저히 환수할 것을 주문했다. 합동조사단은 추적 조사 및 처벌, 범죄수익 환수까지 공조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기로 했다.
최근 ‘갑질’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와 LG그룹의 역외 탈세 의혹이 제기되는 등 재벌 오너들이 잇달아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청와대는 재벌가를 비롯한 고소득층과 사회 지도층의 불법 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일부 고위층이 전문가 조언을 받아가며 교묘하게 탈세를 하고 국부를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 문 대통령이 합동조사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국세청 등 주요 권력기관들로 구성된 정부 반부패정책협의회는 지난달 회의에서 불법 해외재산 환수 및 국부유출 방지책을 논의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는 부처가 합동으로 나서 역외탈세 문제에 더 효율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권력형 적폐에 이어 생활형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역외탈세 조사에 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합동조사단 구성을 계기로 다른 재벌가들의 탈세 의혹도 줄줄이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일이 다 거론할 수는 없지만 (역외탈세는) 일개 기업 차원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사회문제화된 것”이라며 “합동조사단의 조사 범위는 기업과 개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지시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 전 정부 비리 연루자들을 겨냥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특정인 대상 지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文 대통령 “해외 도피재산 환수 합동조사단 구성하라”
입력 2018-05-14 2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