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국정원의 납치극” 고발… ‘北여종업원 집단탈북’ 2년만에 수면위로

입력 2018-05-14 21:22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의 집단 탈북 사건이 2년 만에 다시 논란의 한가운데에 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박근혜정부 국가정보원의 강제적 기획 입국”으로 규정하고 이병호 전 국정원장과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을 14일 검찰에 고발했다. 한국 정부가 납치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민변의 주장이다. 이들은 여종업원 12명의 즉각적인 송환 조치도 요구했다. 그러나 탈북 종업원들을 접촉하지 못한 상황에서 북송을 주장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6년 4월 7일 중국 저장성 닝보에 있는 북한 ‘류경식당’의 여종업원 12명과 지배인 1명이 집단으로 탈북했다. 당시 통일부는 이들이 북한 체제에 회의감을 느껴 자발적으로 귀순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북한은 “국정원의 유인 납치극”이라며 송환을 요구했다. 민변은 탈북 종업원들에 대한 인신구제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최종 각하됐다.

이 사건은 최근 한 방송에서 지배인 허강일씨와 일부 여종업원의 진술을 보도하면서 재점화됐다. 박근혜정부 국정원이 4·13 총선에 이용하기 위해 집단탈북을 기획했으며 국정원의 지시를 받은 허씨가 종업원들을 협박해 남한으로 데려왔다는 내용이었다.

민변은 피고발인들에게 국정원법상 직권남용과 정치관여 혐의, 국제범죄처벌법상 인도에 반한 죄, 강요·체포·감금 혐의 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고위급회담의 의제로 올리는 등 종업원들을 북의 가족 품으로 돌려보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 종업원들의 송환이 언급되자 일부 다른 탈북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강제북송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송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관련 내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은 성명을 내고 “정부가 목숨 걸고 넘어온 그들의 탈북 경위를 새삼 재조사하고 북송까지 나아간다면 이는 대한민국 국민인 탈북민들 또는 북한에 남아 있는 그들 가족을 사지로 내모는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홍민 북한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 종업원들의 의사를 명확히 파악하고 관련 의혹을 해소해야 향후 송환 등 문제에 있어서 정당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기구 등 제3자의 조사를 통해 종업원 의사를 확인하는 등 객관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가현 구자창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