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포퓰리즘 연정’ 탄생… EU 탈퇴 추진할까

입력 2018-05-15 05:03

총선 뒤 2개월이 넘도록 내각이 구성되지 않았던 이탈리아에서 마침내 연정 합의가 이뤄졌다.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중도 성향의 우파연합이 손을 맞잡기로 결정하면서다. 반(反)유럽연합(EU) 성향이 강한 집단끼리의 연정에 다른 유럽 국가들은 바짝 긴장하는 눈치다.

이탈리아 ANSA통신은 루이지 디 마이오(31) 오성운동 대표와 우파연합의 마테오 살비니(45) 동맹당 대표가 13일(현지시간) 연정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14일에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총리 후보자를 보고한 뒤 총리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양측은 지난 3월 4일 총선에서 각각 30% 이상을 득표했으나 모두 단독정부 구성에 충분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연정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부패정치의 상징 실비오 베를루스코니(81) 전 총리가 걸림돌이었다. 정치개혁을 전면에 내건 오성운동은 우파연합에 포함된 베를루스코니의 당 ‘전진 이탈리아’를 연정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조건을 걸었다.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마타렐라 대통령이 13일까지 양측이 합의하지 않을 경우 재선거를 실시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뒤 급진전됐다. 여기에 지난 10일 법원이 탈세 혐의로 베를루스코니에게 걸려 있던 공직출마 금지를 풀어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다음 선거에서 총리직을 노릴 수 있게 된 베를루스코니가 연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양보했기 때문이다.

연정 성사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EU다. 자칫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EU 탈퇴)가 현실이 될 수 있어서다. 이탈리아는 EU의 모태인 유럽경제공동체(EC) 출범 당시 6개 회원국 중 하나로서 이들의 이탈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창립자는 지난 4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지역)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재차 제안하기도 했다.

다행히 연정에 나선 두 세력은 EU 탈퇴를 고집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한 발 물러난 상태다. 대신 EU가 강요하는 유로존 긴축정책을 거부하고 재정 지출을 늘리는 한편 이민자 수용 등 EU 규정을 개혁하도록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