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 호칭 없어졌지만… 청바지 입은 꼰대 득실”

입력 2018-05-14 18:32 수정 2018-05-14 22:41
“소통을 활성화한다고 복장자율화하고 직급 호칭을 없앴는데 정작 의견은 잘 듣지 않는다. ‘청바지 입은 꼰대’들이 따로 없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14일 밝힌 ‘한국 기업의 기업문화와 조직건강도 2차 진단 보고서’에 나오는 한 중견기업 대리의 기업문화 개선에 대한 평가는 신랄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직장인 대다수는 ‘수평적 조직문화’ ‘일과 삶의 균형’ 같은 기업문화 개선 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전 1차 보고서 때보다는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직원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았다. 대기업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기업문화 개선 효과를 체감하느냐’는 질문에 ‘개선된 것으로 볼 수 없다’(59.8%)는 응답과 ‘이벤트성으로 전혀 효과가 없다’(28.0%)는 응답이 87.8%에 달했다. ‘근본적으로 개선됐다’는 응답은 12.2%에 그쳤다. 기업문화 개선 활동에 대한 평가 인터뷰에서도 ‘무늬만 혁신’ ‘재미없음’ ‘보여주기’ ‘비효율’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보고서는 “수많은 개선 활동들이 실질적인 문제나 성과와는 연결되지 않는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며 “형식적인 혁신과제들로 업무만 늘거나 혁신에 대한 피로감을 가중시킨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기업 8개사(대기업 3곳, 중견기업 3곳, 스타트업 2곳) 직원 4899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진단 결과 역시 글로벌 평균과 거리가 있었다. 맥킨지가 조직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한 ‘조직건강도’ 조사에서 이들 기업의 조직건강도는 최하위 4곳을 비롯해 중하위 3곳, 중상위 1곳으로 조사됐다. 최상위는 한 곳도 없었다.

심층인터뷰에서 직원들은 조직건강을 해치는 3대 근본원인으로 비과학적 업무프로세스, 비합리적 성과관리, 리더십 역량 부족을 들고 기업문화가 여전히 후진적이라고 꼬집었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한 과장은 “선배들이 일이 몰리면 그냥 넘어지라고 조언한다. 한 번 그래야 더 안 시킨다고. 어차피 연봉 차이는 크지 않으니 거북이처럼 웅크리고 있는 게 낫다는 거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기업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한 대안으로 빠른 실행 업무프로세스, 권한·책임이 부여된 가벼운 조직 체계, 자율성 기반 인재육성, 플레잉코치형 리더십 육성을 제시했다. 박재근 대한상의 기업환경조사본부장은 “조직운영 요소 전반에 걸쳐 역동성과 안정적 체계를 동시에 갖춘 양손잡이 조직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