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6.4% 인상 ‘효과’ 이견… 내년 최저임금, 어떤 결론도 논란 불가피

입력 2018-05-15 05:01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한파” “최저임금과 무관” 첨예 대립
정부마저 오락가락 행보… 산입 범위 개편 문제도 암초
최임위 17일부터 본격 활동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최저임금위원회를 둘러싼 우려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은 지지부진하고, 올해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둘러싼 분석도 제각각이다.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주장과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1일 구성을 끝낸 제11대 최저임금위가 17일부터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고 14일 밝혔다. 최저임금위 구성이 한 달가량 늦어진 탓에 시간은 촉박하다. 법으로 정한 심의시한은 6월 29일이다. 전례를 보면 시한을 넘기더라도 7월 중순까지 결론을 내야 한다. 길게 잡아도 두 달 안에 결과물을 도출해야 하는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최저임금위는 법정 심의시한을 넘긴 7월 15일에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7530원)을 확정했었다.

시간이 빠듯한데 풀어야 할 고차원방정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최저임금위는 올해 16.4%에 이른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 소득과 기업 경영활동, 고용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해야 한다.

하지만 인상효과를 놓고 일치된 견해나 분석이 없다. 일부는 최저임금의 가파른 상승이 고용시장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본다. 올해 2∼3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 규모로 주저앉고, 청년실업률이 11.6%(3월 기준)까지 치솟은 게 최저임금과 연결된다는 주장이다. 특히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등 최저임금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서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지표 악화를 별개로 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일자리 문제는 혁신성장 정책의 부진, 조선·자동차산업 구조조정 영향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홍민기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3일 열린 ‘문재인정부 1주년 고용노동정책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 취업·해고 등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고용문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다 비판이 쏟아지자 지난 10일 한국경제학회·한국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에서 “상반기 안으로 최저임금 인상효과를 분석해 내놓겠다”며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노동연구원 김승택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가 제대로 축적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위가 어떤 결론을 내려도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인상폭이 높았던 만큼 올해는 속도조절을 하고, 내년에 제대로 된 분석이 나오면 인상폭을 다시 논의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논의는 최저임금위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 태스크포스(TF)는 상여금 등 매월 지급되는 임금을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 공이 넘어갔지만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하면서 산입범위 개편 논의는 언제 결론을 낼 수 있을지 기약조차 없다. 최저임금위는 당장 최저임금의 범위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 셈이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