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는 유례없는 호황인데 우리만 뒷걸음질 치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국제수지상 서비스 수출은 877억206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7.6% 감소했다. OECD 35개 회원국 중 서비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곳은 한국이 유일하다. OECD가 최근 발표한 경기선행지수는 지난 2월 기준 99.8로 한국만 9개월 연속 하락했다. 경기선행지수는 6개월 뒤의 경기 흐름을 전망하는 것으로 100 이하면 경기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미다. OECD 평균 경기선행지수가 2016년 7월 99.5로 바닥을 찍고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세계 경제가 안 좋으면 외부 환경 탓이라도 할 텐데 문제는 세계 경제는 순항하고 있는데 우리만 유독 역주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 내부 문제로 봐야 한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경직된 정책들을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신규 일자리 창출을 막은 결과다.
더 큰 문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내고 성장동력이 될 미래 산업이나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 규제와 기득권 반발에 막혀 십수년째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취약점 중 하나는 제조업과 수출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세계 경기 흐름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경제가 양 날개로 비상하려면 내수산업과 서비스산업을 함께 키워야 하지만 ‘쇠 귀에 경 읽기’다.
문재인정부는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기는커녕 대못까지 박아버렸다. 김대중정부가 2002년 ‘동북아 의료허브’를 만들겠다고 추진했던 인천경제자유구역 투자개방형 병원 부지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국내 종합병원 부지로 바꿔버렸다. 지난달 보건복지부 제도개선위원회는 의료민영화 프레임을 씌워 투자개방형 병원을 전면 폐기하라고 권고했다. 의료·교육·금융·법률·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을 잘 키우기만 해도 수십만개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태국이나 중국 등 세계 각국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릴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이라며 앞다퉈 진출하는 이유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 가고 있으니 답답하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 노동생산성이 제조업의 45.1%로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무는 것도 서비스산업 육성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규제를 풀어 서비스 질을 높인다면 국내외에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이것이 곧 일자리로 연결된다. 서비스산업 규제를 풀지 않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와 다를 바 없다. 국회에 계류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통과시켜야 한다.
[사설] 서비스산업 묶어놓고 일자리 어디서 찾고 있나
입력 2018-05-1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