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3일(현지시간) 북한 핵무기를 해체해 테네시주 오크리지로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핵무기와 핵물질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화학·생물학 무기까지 논의 대상이라고 언급했다. 핵무기 해체를 미국이 주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동결에서 불능화 단계를 거쳐 핵 폐기에 이르는 단계적 접근 수순을 뒤집은 방식이다. 북한 보유 핵을 논의 초장에 국외 반출함으로써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라는 게 미국의 요구다. 오크리지는 2005년 리비아가 포기한 핵물질이 보관돼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일괄타결이라는 리비아식 해법에 초점을 맞추면서 속도와 강도를 더욱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의 비핵화에 따른 당근책도 제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북핵 폐기 대가로 처음으로 대북 민간 투자 허용을 거론했다. 북한의 전력망 확충, 인프라, 농업을 대상으로 했다. 북한 정권 교체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북한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핵 폐기 절차를 이행하면 기대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요지다.
미국 외교안보라인 ‘투톱’의 입을 통해 다음 달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를 비핵화 로드맵의 밑그림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종합해 보면 최대한의 압박 카드와 협상 카드를 동시에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특유의 전략이 엿보인다. 협상용일 순 있지만 북한의 비핵화 달성 전까지 보상은 없다던 기존 태도와는 다소 온도차가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결단이 중요해졌다. 김 위원장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진실이라면 미국이 제시하는 비핵화 로드맵을 최대한 빠르게 이행하는 게 필요하다. 과거처럼 프로세스를 잘게 쪼개 그에 상응한 대가를 받으려 해선 안 된다. 먼저 보유 핵의 미국 반출에 동의하는 과단성을 보여야 한다. 그러면 북한도 정상국가로서 당당히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어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 한·미는 비핵화 방식과 일정을 더욱 세밀하게 짠 뒤 공유해야 한다. 오는 22일 한·미 정상회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미 어느 일방이 북핵 폐기의 약속만을 믿고 섣불리 제재를 완화하거나 보상에 나서선 안될 것이다.
[사설] 北, 핵무기 미국 반출 수용하는 과단성 보여야
입력 2018-05-15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