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권덕철] 치매국가책임제의 약속

입력 2018-05-15 05:05

‘치매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및 국가 전체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과제다.’ 치매의 국가 책임을 강조한 말인데 정부의 기본 입장이기도 하다. 얼마 전 개소한 경기도 남양주시 치매안심센터는 이런 정부 의지를 뒷받침하는 정책 결실 중 하나다. 치매국가책임제를 표방한 지 1년. 그동안 정부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여 지난해 9월 치매국가책임제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추경예산을 편성해 지방자치단체에 치매안심센터를 설치해 왔다.

2018년 기준 치매 노인은 76만명에 이른다. 치매국가책임제는 증가하는 치매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고 치매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자 만든 종합 대책이다. 총 8대 분야 20개 세부 과제로 이뤄져 있는데 크게 ‘맞춤형 사례 관리를 위한 치매안심센터 확충’ ‘장기요양 서비스 확대’ ‘치매 의료 지원’ ‘사회적 지원 기반 조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정책들은 얼마나 진행됐을까.

우선 치매안심센터는 지난해 7월 편성된 추경예산에 따라 인력 확충, 교육, 시스템 구축 과정을 거쳐 현재 전국 256개 보건소에서 운영되고 있다. 아직 완벽한 모습은 아니지만 필수 인력과 기능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것이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37만명의 어르신들에게 상담, 등록, 검진 등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운영 초기인 점을 감안하면 꽤 괜찮은 성과라고 할 수 있지만 올해 안에 치매안심센터가 완전한 모습을 갖추고 완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협력해나갈 계획이다.

둘째, 장기요양위원회의 심의와 법령 개정을 통해 장기요양제도 개선을 완료했다. 지난 1월에는 경증 치매 환자도 장기요양 등급을 받을 수 있게 인지지원등급제도를 시행했고, 2월에는 요양비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본인 부담금 경감제도를 대폭 확대하는 방향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을 개정했다. 앞으로도 식재료 비 등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품목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 나갈 방침이다.

셋째, 치매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게 건강보험제도를 개선했다. 중증 치매 질환자의 경우 예전에는 적게는 총 진료비의 20%에서 많게는 60%까지 부담했으나 지난해 10월 중증 치매 질환자 산정특례제도 시행 이후 10%만 부담하면 된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이러한 의료비 혜택을 본 분이 1만7000명에 달한다. 이뿐 아니라 신경인지 검사나 영상 검사 같은 치매 검사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비용 부담을 줄였다.

넷째, 치매에 대한 사회적 지원 기반도 만들어가고 있다. 치매 예방 사업을 확대하고 국민건강 검진에 치매 검사도 강화했다. 치매안심센터의 지문등록 시스템을 통해 실종된 치매 어르신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체계도 갖추고 지역 주민들 모두 치매 어르신에 대한 서포터가 되는 치매안심마을 조성 사업도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 또 9월부터는 정신적 제약으로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치매 어르신에게 통장 관리나 의료행위 동의 같은 신상 결정을 지원해줄 ‘치매노인 공공후견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마지막으로 치매에 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범부처적으로 중장기 치매 연구개발 계획을 만들고 있다. 치매의 원인을 규명하고 조기 진단, 예방법, 근원적 치료법, 환자와 가족의 돌봄 부담을 덜어줄 돌봄 기술까지 전 주기에 걸친 연구개발이 이뤄질 것이다. 그동안 민관 합동 위원회와 공청회 등을 거쳤으며 조만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치매국가책임제가 약속한 정책의 상당 부분은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안정화와 활성화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치매가 있어도 살기 불편하지 않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치매국가책임제가 앞으로도 올바른 방향과 올바른 속도로 이행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국민에게 보고할 것을 약속드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