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조 끊자… 파키스탄, 외교 보복전

입력 2018-05-14 05:03
파키스탄 지도. 구글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들어 파키스탄에 대한 원조를 중단한 뒤 양국 관계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파키스탄은 자국 내 미국 외교관들의 출국이나 여행을 제한하며 미국과 외교관을 ‘인질’로 한 보복전을 벌이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에서 교통사고를 낸 미국 외교관 조지프 에마뉴엘 홀의 출국을 금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홀은 지난달 7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차를 몰다 오토바이 운전자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입건됐다.

파키스탄은 홀이 형사재판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미국 측에 그의 외교관 면책권을 철회하도록 요구했으나 미 당국은 수용하지 않았다.

이슬라마바드 고등법원은 지난 11일 홀이 완전한 외교관 면책권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정부의 출국금지 요청을 허용했다. 이날 파키스탄 정부는 자국 내 미 외교관들에 대한 여행제한 조치도 내렸다.

미 외교관들에 대한 파키스탄의 조치는 미 정부가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 외교관들에 대해 대사관 반경 25마일(약 40㎞) 밖으로 벗어날 수 없도록 한 같은 날에 취해졌다. 미국은 파키스탄 경찰과 보안 당국이 미 외교관들을 수시로 괴롭힌다며 이런 문제가 11일까지 중단되지 않으면 워싱턴 주재 파키스탄 외교관들에 대한 여행제한 조치를 내리겠다고 경고했었다.

양국 관계는 지난 1월 미 행정부가 파키스탄에 대해 13억 달러(1조3871억원)에 달하는 안보지원 예산을 거의 전액 삭감하면서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 조치가 내려지기 며칠 전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리스트들을 돕고 있다며 “우리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은 채 거짓말과 사기만 친다”고 비난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