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징계수단은 ‘해임’밖에 없어
직무정지·경고 신설로 ‘실효성’ 높이고 파면 조항에다 손배소 청구 의무화도
정부가 기관장을 비롯한 공공기관 임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제재 수단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공공기관 임원을 징계할 방법은 ‘해임’밖에 없어 ‘허점’이 발생하고 있다. 해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임원 비위나 실책은 마땅한 수위의 징계가 없어 책임을 묻지 못한다. 반대로 해임보다 강한 파면 수준의 처벌을 해야 하는데 해임으로 징계할 수밖에 없어 ‘솜방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징계 수위를 직무정지, 문책 등으로 다양하게 만들고 해임 시에 자격제한 기간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공공기관에 손실을 입힌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 손해배상 청구제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
13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은 공공기관 임원의 비위행위 등을 제재할 수단으로 해임만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른 부작용은 지난 1월 정부의 공공기관 채용비리 특별점검 결과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정부는 수사 의뢰된 8명의 기관장만 해임 조치했다. 채용비리에 직접 연루되지는 않았지만 사태를 막지 못한 임원의 경우 적절한 제재 수단이 없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는 공운법에 해임 외에도 다양한 제재 조치를 넣는 작업에 착수했다. 직무정지나 문책경고를 신설해 해임 수준보다 덜한 비위, 불합리한 의사결정 등의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다. 동시에 정부는 해임보다 높은 수준의 제재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해임된 임원은 3년간 공공기관 임원으로 재취업이 제한된다. 퇴직금 감액이라는 불이익도 받는다. 다만 공공기관마다 내규로 정한 퇴직금 감액 수준이 미미하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16개 공공기관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해임된 47명의 퇴직금 감액비율은 9.1%에 불과했다. 공무원의 경우 파면됐을 때 퇴직금 절반이 삭감되는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3년 자격제한 역시 5년간 공무원 재임용 금지와 견줘 가볍다. 공무원 파면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임원 파면 조항을 신설하거나 해임 제재를 더 강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하고 있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의원은 지난달 공공기관 임원의 ‘면죄부 퇴직’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공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공공기관 임원의 징계 수위를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으로 구분해 적용토록 했다. 김 의원은 “징계 수단이 해임밖에 없어 임원이 비리를 저질러도 사표를 받고 의원면직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퇴직금, 자격제한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임원 비리행위로 공공기관이 손해를 입었을 때 해당 임원을 상대로 의무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원칙적으로 기관장이 손해배상을 청구하되, 기관장에 귀책사유가 있을 경우 감사위원이 손해배상을 청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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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현수 기자jukebox@kmib.co.kr
‘해임이면 끝’이던 공공기관 임원 문책… ‘다양하게·엄격하게’
입력 2018-05-14 0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