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 첫걸음을 내디딘다. 오는 23∼25일 사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고 공표함으로써 남북 정상회담에서 확인된 완전한 비핵화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일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확고하다고 볼 수 있는 긍정적 조치로 여겨진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소재한 풍계리 핵실험장은 핵심시설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이후 지난해 9월까지 총 6차례 핵실험을 모두 이곳에서 감행했다. 북한은 이 시설을 한국과 주요 외국 언론이 보는 앞에서 폐쇄하겠다고 했다. 지난달 20일 김 위원장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결정한 핵실험장 폐쇄가 허언이 아님을 국제사회로부터 검증받겠다는 의미다.
보다 진일보한 조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의 구체적인 방식을 북한 주민들에게도 공개했다는 점이다. 노동신문은 “핵시험장 폐기는 핵시험장의 모든 갱도들을 폭발의 방법으로 붕락시키고 입구들을 완전히 폐쇄한 다음 지상에 있는 모든 관측설비들과 연구소들, 경비구분대들의 구조물들을 철거하는 순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어 “핵시험장 폐기와 동시에 경비인원들과 연구사들을 철수시키며 핵시험장 주변을 완전 폐쇄하게 된다”고 부연했다.
민감한 사안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과거와 달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전달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는 비핵화의 디딤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 주민들에게 잔뜩 기대감을 부풀려 놓고 이를 다시 주워 담는 것은 아무리 유일 영도체제를 확립한 김 위원장이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완전한 비핵화의 첫걸음에 불과하다는 걸 결코 망각해선 안 된다. 북한에는 풍계리 핵실험장 외에도 수많은 핵 관련 시설이 산재해 있다. 이미 개발을 끝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핵탄두들이 비밀장소에 보관돼 있을 것이다. 이것을 모두 없애거나 허용된 국외로 반출하는 것이 다음 수순이다.
관건은 검증이다.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포기를 담은 2005년 9·19 공동성명이 결국 휴지조각이 돼버린 것은 검증의 문턱을 넘지 못해서다. 김 위원장도 그때의 일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어떠한 형태의 검증 하나라도 회피한다면 북한의 비핵화 의지는 필연적으로 의심받게 돼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북한의 우호적 조치에 호응할 필요가 있다. 상호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은 비핵화 논의는 성공할 수 없다.
[사설]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공개로 그쳐선 안 된다
입력 2018-05-14 05:05